그대라는 문장
기억 속의 사람이 울컥,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속수무책 그리울 때가 있다.
『그대라는 문장』에 담긴 쉰 편의 글들은 시인 손세실리아의 상처에 대한 고해(告解)이며, 시시때때로 그리운 ‘그대’들에게 보내는 연서(戀書)이다. 그녀가 작가의 말에 밝힌 대로 “불쑥 쏟아낸 내밀한 고백에 끝까지 귀 기울여준 그대, 잡은 손 놓지 않은 그대, 토닥토닥 등 두드려준 그대”, “나에게로 와 문장이 되어준 모든 인연”들에게 바치는 “입맞춤”과도 같다.
생의 순간순간마다, 만나는 사람 사람들마다, 상처 받은 온갖 세계의 풍경들마다 ‘울컥, 울컥’하는 그녀의 문장은 뜨겁고 촉촉하다. 그것은 “속수무책” 다가오는 “그리움”이다. 그리하여 그녀의 따뜻한 시선에 포착되는 모든 것들이 ‘그대라는 문장’이 된다.
“찢어진 청바지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집을 나선” 그녀가 다시 만나게 될 세계는 어떤 모양일까. ‘걷기’에 푹 빠져 사는 그녀, 제주 ‘올레 폐인’인 그녀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또한 어떤 표정의 사람들일까. 아마도 손세실리아, 자신처럼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상처 하나씩 숨겨놓은 사람들일 것이다.
손세실리아는 새로 개장되는 올레 18코스 말미에 ‘시인의 집’이라는 북카페를 연다. 그녀의 길 위에 새로운 집이 다시 열린다. 『그대라는 문장』은 그 도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