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 대한민국 도슨트 13
“포천이라는 이름이 낯선 분들께 이 책이 꽤 쓸모 있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포천 도슨트 이지상)
한반도의 중원, 쟁투의 땅에서도 여전히 맑은 물 포천(抱川)
고려 건국 이후 천 년 동안 소통의 큰길 위에 있던 곳,
이제 ‘더 큰 포천 더 큰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 세월의 연륜이 있는 곳,
그리고 새 단장 한 간결한 옷차림으로 뭇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는 포천의 곳곳을 찾아다녔고 그중 스물다섯 곳을 골랐다.
산정호수와 백운계곡, 이동 포천 막걸리뿐만 아니라
울미마을 연꽃, 한탄강 꽃정원, 명성산 억새밭에서 꽃멍, 풀멍도 하고
화적연, 금수정, 채산사, 무란마을에서는 실학의 역사도 되새겨 보라.
포천, 이 넓은 땅에서 자랑할 만한 곳이 어디 그뿐일까.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천 년이 넘는 역사가 있었고
그 시간의 간극을 촘촘히 메우며 사는 사람들의 열정이 있었다.
모두가 포천을 다니며 나를 설레게 했던 충분한 이유였다.
포천을 다시 만나다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은 시대별로 전국을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이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그림이나 유물유적을 설명해 주는 것처럼 우리나라 곳곳의 역사와 문화, 그곳에 사는 사람과 땅에 대해 알려주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열세 번째로 ‘대한민국 도슨트’ 13번째 편 『포천』이 출간되었다.
포천은 거슬러 올라가면 고조선이 이후 기원전 108년경 한사군 시절에는 낙랑군이 있던 곳이었고,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연간에는 ‘마홀’ 또는 ‘명지’로 불리다가 고려 초 ‘포주(抱州)로 개칭되고, 1413년 조선 태종 때 포천현이 된다. 한반도의 중원이자 산 높고, 물 맑은 고장으로 고려시대부터 대대로 살고 있는 토박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번에는 작가이자 싱어 송라이터인 포천 사람 이지상이 포천의 어제와 오늘을 알려주며 곳곳을 안내해 준다.
포천은 1개 시(2개 동), 1개 읍, 11개 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산면, 군내면, 관인면, 내촌면, 신북면, 영북면, 영중면, 이동면, 일동면, 창수면, 화현면이 있다. 포천읍은 경기 북동부의 행정 교통 중심인데 2003년 포천군이 시로 승격됨에 따라 선단동과 포천동으로 나누어졌다. 도시 개발과 수도권 연결성이 좋은 소흘면은 1996년 소흘읍으로 승격했다.
포천 하면 산정호수와 포천 막걸리, 이동 갈비만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필수이다. 포천이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서 놀라고 굴곡 많은 그 땅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용문사 은행나무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그래서 왜란에 호란에 6‧25동란까지 묵묵히 지켜봤을 지동 산촌마을 천 년 은행나무를 비롯하여 철철이 꽃 피고 푸르른 하늘 아래 치유의 숲, 국립수목원, 6월에 마지막 유채꽃을 볼 수 있는 한탄강 꽃정원, 7월 말에 8월 초에는 명산리 울미마을 연꽃 등을 챙겨가며 자연을 즐겨도 좋다. 고려, 조선 시대에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고 전국에서 이름난 기도처였다고 하는 화적연에도 들러보고 금수정 정자에 올라 포천 사람이자 초서체의 대가 양사언을 위시한 이익, 허균 등 수많은 시인묵객들도 만나보기를 권한다. 한탄강을 산책하며 오세철 풀피리 전수소에서 공연도 보고, 김광우 조각공원에서 예술가의 작품 세계에 빠져 봐도 좋다.
싱어 송라이터이자 작가인 이지상, 포천을 노래하다
글을 쓰며 작곡과 작사를 하고 여러 드라마, 연극, 독립영화 음악을 만드는 저자의 글은 처음부터 다르다. 포천의 곳곳을 안내하며 넘쳐흐르듯 연상되는 시를 읊고, 오랜 기억 속의 추억이 얽힌 곳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주고, 어느 때 찾아가면 그곳이 가장 아름다운지를, 각 장소마다의 감상 포인트를 자세히 알려주어, 슬며시 그 시간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또한 포천을 잠시 거쳐간 유명한 사람보다는 이곳에 터 잡고 살았던 인물들을 친근하게 알려주어 포천에 대해 더욱 알고 싶게 만든다. 각 잡고 쓴 안내판보다 여행지 주민의 간단한 설명이 더 이해하기 쉽듯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포천의 다양한 표정에 정이 들어갈 즈음 포천 방어벙커, 38선 휴게소, 영평 로드리게스 사격장 등 분단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포천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918년 태조 왕건이 고려를 건국한 이후 1027년 만에 한반도에 그어진 분단선” 아래 있는 포천, 언제나 호국(護國)해 왔던 포천이 앞으로는 평화의 거점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이렇게 끝을 맺는다.
“호국로는 철원 용암 삼거리에서 멈추지만 통일을 꿈꾸는 당신이라면 화천에서 오는 56번 국도를 만나 비무장지대를 넘고 평강을 지나 금강산을 에돌아 원산까지 단번에 달려가는 상상을 할 것입니다. 당신의 상상을 태우고 가는 차 안에는 무엇이 실려 있을까요. 장벽과 철책으로 상징되는 경계는 놓아 두고 북상하는 봄꽃 소식 한아름 싣고 떠나시길 바랍니다. 분단의 기억은 녹슬도록 놓아 두고 금강산 단풍만 가득 담아 오시길 또한 바랍니다. 무기를 더 많이 쌓아야만 평화가 온다는 말은 거짓임을 믿습니다.”
다시, 한국의 땅과 한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1983)은 시대별로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들이다. 이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까지 스스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발전시켜올 수 있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한 새로운 인문지리지를 지향한다.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독립된 시군 단위를 각각 한 권의 책으로 기획하고, 답사하기 좋도록 대표적인 장소 중심으로 목차를 구성하였다. 오래된 문화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은 물론, 지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나 역동적으로 태동 중인 곳들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지역과 깊은 연고가 있는 분들을 도슨트로 삼았다. 이 시리즈가 지역의 거주민들과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새로운 발견과 탐구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