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의 통신 시스템 -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통신과 S/W 인프라시스템
머리말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울음을 터뜨린다. 아기의 첫 울음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첫 번째 신호이자 최초의 소통수단이다. 이렇게 신호로 시작된 소통, 즉 통신신호들은 눈, 귀, 입 등 여러 감각기관들과 신경망회로 및 뇌신경들이 함께 발달하면서 점차 체계화된 소통수단인 언어로 발전한다. 언어를 습득할수록 주변 환경에서 점점 더 많은 정보(Information)와 경험을 축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람은 점차 의식과 고유의 판단력을 갖춘 자아로 발전하여 비로소 ‘지혜로운 사람(homo sapiens)’이 되는 것이다.
라틴어 커뮤니케어(Communicare)에서 유래한 단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사전적 의미는 ‘기호나 신호 그리고 언어의 도움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호 이해와 공유, 즉 정보를 공유하거나 교환하는 것’이다. 정보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축적된 정보들은 곧 지식이 되고 자산이 된다. 인간의 감각기관과 신경망회로가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듯 자동차에도 70년대 중반부터 센서가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내에서도 전자부품들 간에 다중통신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엔진을 제어하는 전자 제어장치(ECU)와 센서 및 액추에이터들이 본격적으로 장착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센서나 제어장치들은 단선 연결구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점차 늘어나는 센서들과 액추에이터들로 인해 단선 라인구조의 연결시스템은 복잡해지고 무거워졌으며, 정비와 점검을 위한 진단과 처치 또한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인적·경제적 비용들도 상승하게 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새로운 통신망 시스템이 필요하게 되었다. 결국 1990년대부터 자동차 버스(Bus) 통신 시스템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화가 시작되었고, 이렇게 표준화된 버스 통신 시스템들이 자동차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자동차 메카트로닉(Automobile Mechatronics)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되었다.
자동차에서 센서와 액추에이터 간의 정확한 정보(데이터) 전달 시스템의 구축은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자동차, 즉 미래의 자율주행자동차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이러한 스마트자동차가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스스로 주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대처하면서 주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더불어 동시에 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더욱 큰 대역폭을 갖는 새롭고 다양한 통신 시스템들이 자동차에 필요해졌다.
따라서 미래의 자동차 통신 시스템을 위해서는 기존 신호기반(Signal-based)의 Bus 통신 시스템의 지속적인 진화와 더불어 동시에 오토모티브 이더넷 통신 시스템 같은 서비스기반(Service oriented)의 새로운 오토모티브 데이터 통신 시스템들에 대한 전환과 개발이 요구된다.
최초의 통신 시스템인 CAN 시스템이 글로벌 표준이 된 이후로 30여년 동안 LIN, FlexRay, MOST 같은 다양한 신호기반의 통신 표준들이 등장했다. 또한 기존 CAN-Bus 시스템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최근 초당 20Mbit까지 정보 전달이 가능한 CAN-XL의 글로벌 표준화가 가시화되는 등 자동차 내 네트워크화의 진행은 더욱 다양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추세이다.
버스 통신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컴퓨터공학과 정보전달학 그리고 통신공학 등의 기초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엔진과 미션, 그리고 차체를 다루던 기존 자동차 분야에서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하이브리드자동차, 전기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 등의 등장으로 자동차의 전동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 내의 통신 네트워크화가 빠르게 발전했다.
각종 다양한 센서들과 액추에이터들 간 데이터 통신으로 네트워크화된 자동차에서 게이트웨이(gateway)를 통한 통신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는 자동차의 오류나 고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올바른 처치와 대처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자동차는 다양한 통신망 회로를 갖춘 똑똑한 자동차가 되어 필요에 따라 스스로 환경과 연결(connected)해 가면서 더욱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자동차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자동차 정비기술 교육에서 다양한 신호 및 서비스 기반의 오토모티브 통신 시스템 교육은 이제 가장 중요한 필수 과목이 되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국제적으로 표준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의 CAN, LIN, FlexRay, MOST, Ethernet 등 버스(Bus) 통신 시스템들에 대한 기본개념의 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저술에 앞서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 분야의 범위와 구독 대상자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최근 새로운 자동차 데이터 통신 시스템들을 우선으로 내용을 정하고, 구독 대상으로는 미래에 자동차 기술개발 분야나 정비기술 분야로 나아갈 학생들이나 자동차 통신 시스템에 생소한 현직 종사자들을 우선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가장 기초적이며 기본으로 알아야 할 이론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가능한 한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분량을 한없이 늘릴 수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앞으로 기회가 되면 새로운 내용들과 함께 수정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모쪼록 이 책이 오토모티브 통신 시스템에 대한 기본 입문서로서, 미래 자동차의 표준 통신 교육 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된, 미래차 인력양성 교육에 대한 온라인 비대면강의의 기회를 만들어 주신 전(前) 아주자동차대학의 이동원 교수님과 KEA의 미래차 인력양성 사업팀의 김철우 팀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이 책의 원고 작성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준 독일 LD Didactic GmbH의 안드레아스 카스트너(Dr. Andreas Kastner) 박사와 기도 바이마르(Dipl.-Ing. Guido Weimer) 씨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래프 및 그림 작업을 위해 애써준 이수현 씨와 편집 작업에 힘써주신 이재훈 님, 그리고 이번에도 출판에 기꺼이 응해 주신 복두출판사의 송광헌 대표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원고를 쓰는 내내 물심양면으로 힘이 되어준 나의 아내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2023년 7월 베를린에서
저자 이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