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 상처뿐인 관계를 떠나지 못하는 당신에게

떠날 수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 상처뿐인 관계를 떠나지 못하는 당신에게

저자
임아영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출판일
2022-09-13
등록일
2023-02-0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4MB
공급사
알라딘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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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관계를 맺는다

엄마의 배에서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더 정확히 말해, 신생아의 뇌는 시각 정보를 처리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어느 누구도 태어난 순간을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 역시 굳이 그 순간을 기억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자신의 탄생을 누구보다 기쁘게 기억해줄 부모가 바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의 의지와 온전히 무관하게,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를 맺고서 세상에 나와 삶을 시작하게 된다.
태어난 이후의 삶도 관계의 연속이자 확장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유아기를 거쳐 자아가 형성될 즈음이면 또래 친구들이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서 `친구`라는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며 생활을 하다가, 사춘기가 되면 미지의 관계와 조우하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게도 되는 것이다. 그러고서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관계를 선택하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세우기도 하는 것이, 우리 대개의 인생에 가까울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결국 관계의 연속이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관계인 부모와의 관계, 스스로에게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나 자신과의 관계, 마지막으로 내가 직접 선택하고 유지하는 친구 연인과의 관계들을 보자면, 삶과 삶을 연결해주는 고리의 이름이 관계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무수한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관계란 이토록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라, 때때로 우리를 무엇보다 고통스레 만들기도 한다. 부모라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오래된 인연이라는 이유로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를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 상대를 단호하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다양한 이유를 축약하자면 결국 ‘건강한 내적 표상’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건강한 내적 표상이란 입체성과 통합성을 바탕으로, 대상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도록 하는 심리적 보호 장치이다. 이 장치는 상대가 나의 기대에 어긋나더라도 과도한 환상이나 상종 못 할 악마의 탈을 씌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인간의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구분되지 않는다. 어떤 인간에게든 밝은 모습과 어두운 모습이 함께 존재하며, 어느 한쪽만 바라보며 ‘저 사람은 그래도 나를 생각해’라고 합리화하거나, ‘두 번 다시 꼴보기 싫다’는 탈을 덧씌우면 어느 쪽으로든 편향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진정한 의미에서 ‘있는 그대로 상대’로, 즉 입체적이면서 통합적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만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소용없고 괴로움을 참기만 해야 할 것 같다면, 그러한 관계는 놓아주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다. 우정이나 사랑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그것들이 ‘나’를 해치는 지경에 이르게 둘 수는 없는 것이다.

나와 얽힌 관계들이지만
내가 모두 책임질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여기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상대를 품고 상대가 바뀌도록 내가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정말 그것만 빼면 흠잡을 데가 없거든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들 땐, ‘이것’만 뺀 그 사람은 애당초에 존재할 수가 없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보다도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는 모두 결코 타인 인생의 정원사가 되기는커녕 자기 자신의 정원도 제대로 가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가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상대의 어딘지가 못마땅할 때면,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 상대의 정원을 손질해도 되는 권리를 양도받은 것처럼 대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내 뜻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다음 단계에서 던질 질문은 보다 명확해진다. ‘상대가 변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그때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말이다. 관계를 끝내든 지속하든,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나아가는 길에는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간다는 선택지도 없다.
나를 둘러싼 왜곡된 관계를 내가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고, 책임질 수도 없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할 수 있다. 관계의 변화를 성장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 퇴행의 역사로 기록할 것인지 말이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라는 농담 같은 말도 있지만, 전혀 말도 되지 않는 농담만은 아니다. ‘설혹 혼자가 될지라도 지켜야만 하는’ 자기 자신이 있으므로. 그러니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당신과 당신의 관계를 위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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