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저자
한청훤 지음
출판사
사이드웨이
출판일
2022-08-02
등록일
2023-02-0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7MB
공급사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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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중 충돌, 시진핑 장기 집권, 중화민족주의 발흥,
반도체와 대만 이슈, 한·중 간 문화 갈등….

대한민국은 지금 과연
중국발 쇼크를 충분히 대처하고 있는가?

‘중화 제국의 귀환’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격동하는 중국, 그 위기의 기원과 양상을 해부한다

한중 관계는 우리나라의 국제정치와 외교 필드를 가로지르는 가장 뜨거운 이슈다. 반중의 에너지는 곳곳에서 활화산처럼 불타오르고 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벌어진 양국의 골은 쉽게 봉합되고 있지 않으며,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중국 공산당의 비민주적이고 억압적인 행태에 치를 떠는 중이다. 2015년까지 중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적대적인 감정보다 우세했던 한국은, 단 7년 만에 중국에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인 나라로 급변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다. 우리는 지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거대 도시에 완전 봉쇄령을 내리는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개인숭배에 열을 올리는 중국을 조롱하고 경멸한다. 또 우리는 대만 출신의 한국 걸그룹 멤버를 눈물 흘리며 사죄하게 만들거나, 김치와 한복을 자신의 전통문화라 주장하는 중국인들의 거센 민족주의에 분노한다. 동시에 우리는 자국 산업의 보호에 열을 올리면서 한국의 수출 업체들을 고전하게 만드는 중국 시장을 성토하거나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며, 중국이 이미 주요 산업 대부분의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추월했다는 연구 결과들에 짐짓 충격을 받고 있다.
15년 가까이 반도체, 전기차 등의 영역에서 대중국 무역 업무에 종사했던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의 저자 한청훤은 말한다. 2016년 한한령 때 우리가 처음으로 경험하고, 미중 신냉전이 격화되며 점점 더 뚜렷해지는 중인 ‘차이나 쇼크’는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해일(海溢)과 같다고. 지금 ‘중국이라는 제국의 귀환’, 그 역사적 사건은 우리에게 하나의 지정학적 대지진과 같다고. 그렇지만 한청훤에 따르면, 이처럼 중국에 대해서 반중 감정을 폭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우리는 중국이 왜 그토록 위험한 나라가 되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중국몽(中國夢)’의 배경과 맥락, 중국 현대정치사와 경제체제의 특수성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하며, 그 사회 내부에 차곡차곡 쌓인 모순과 리스크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즉, 대한민국은 ‘중국이라는 코끼리’를 정확하면서도 냉철하게 뜯어보아야 한다. 그럴 때만 한국사회는 차이나 쇼크에 대비할 수 있는 체질과 역량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3연임에 성공할 것이 확정적이다. 그는 이미 2018년 국가 주석 연임 제한 폐지를 통과시켜 장기 집권 기반을 다져왔고, 2021년에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세 번째 역사 결의를 관철시켜 공식적으로 자신을 당의 역사에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반열에 오르게끔 하는 일에 성공했다. 중국은 지금 ‘중화 제국의 귀환’을 꿈꾸면서 과거의 중국과 ‘완전히 다른 중국’의 길을 선택했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은 그처럼 격동하는 중국이 불러일으키는 위기를 심층적으로 파헤치며 다가올 미중 패권 경쟁의 신냉전 시대,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치열하게 모색한다. 중국과 지리적·경제적으로 가장 가깝고,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대표적 나라인 한국은 눈앞에 닥친 차이나 쇼크에 대해 잘 대비하고 있었는가? 그러지 못했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반중(反中)은 시대정신”이 된 이유
그럼에도, 중국의 불행은 한국의 행복이 될 수 없는 이유

2020년 ‘퓨리서치’(Pew Research Center)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세계에서 “반중은 시대정신”이란 말이 왜 나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한국이 포함된 주요 14개 선진국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했던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2021년, 한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비호감 정도가 일본보다 높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던 바 있다. 거기다가 우리나라 20대 젊은층의 대중국 반감 정도는 50대와 60대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았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동안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며 각자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2013년 시진핑 정권 출범과 2016년 사드 사태 발발이라는 변곡점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지금은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사고가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적 전환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도대체 지난 10년간 중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이 책의 1부 ‘중국이라는 폭풍우 곁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쇼크’에 가까운 위협들, 대한민국이 직면한 중국 리스크의 가장 중점적인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글이다. 저자는 한한령(限韓令)의 시행에 따른 당시 우리나라의 충격과 대중문화 영역에서 벌어지는 한중 간의 문화 갈등, 그리고 한국경제를 잠식하는 중국의 산업 굴기 정책을 이 장에서 세밀하게 복기한다. 저자는 전기차용 배터리인 2차 전지 산업, 자동차 산업,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산업 등 한국의 대표적인 먹거리 산업들이 중국에서 얼마나 고전하고 있는지를 되짚으며,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거의 모든 주요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더욱이 우리 경제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치명적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과 무역의존국 1위는 지금도 중국이며, 전체 수출액 중 중국의 비중은 여전히 4분의 1에 달한다. 이런 상황 탓에 시진핑 정권의 성급한 실정(失政)은 곧 대한민국이 겪어야 할 엄청난 리스크가 되어버린다. 저자는 2021년 한국사회의 ‘요소수 대란’과 ‘공동부유(共同富裕)’가 불러일으킨 거대한 후폭풍, 중국 주식 시장의 폭락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하며 ‘중국의 불행은 한국의 행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꼼꼼하게 논증한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대만 문제’다.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대만에 대하여 이구동성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The most dangerous place on Earth)이라는 수식어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에서 첨예하게 부딪치는 이유는 무엇이며, 중국은 왜 그토록 양안통일이라는 명분에 매달리는가? 무엇보다도, 대만 문제 한복판에는 전 세계 산업의 향방을 가르고 있는 키(key), ‘반도체 기술’이란 쟁점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대표 기술 기업들의 대만 반도체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하며, 대만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에 미국 첨단산업의 명줄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반면 중국의 관점에서 대만은 광활한 서태평양으로 바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중화 민족주의적 서사에서 ‘대만 수복(臺灣 收復)’이란 19세기부터 시작된 치욕적인 서세동점(西勢東漸) 시대를 끝내고 과거 위대한 중화제국 시대의 부활을 알리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중국의 대만 침공 전후 시나리오를 차근차근 검토하며, 우리 사회가 이 이슈를 ‘남의 일’로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게으르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시진핑은 왜 황제의 길을 꿈꾸는가?
2008년과 2012년 사이, 중국의 미래가 뒤바뀐 그때

중국은 지금 주변 국가들과 전 세계를 향하여 자국의 힘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그것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패권을 향한 도전이며,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지속된 덩샤오핑의 유훈 ‘도광양회’(韜光養晦, 속내를 감추고 힘을 기르라)를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과 다름 아니다. 그렇지만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으며, 미중 간의 섣부른 신냉전 발발로 인해서 국제적인 고립과 외교적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나아가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어렵게 구축한 이후 나름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후계 시스템을 해체하고 본인의 총서기 3연임, 즉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 도대체 시진핑 정권은 왜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는가? 그는 왜 대내외적인 충돌과 마찰을 불사하는가? 2022년 지금, 결국 우리는 시진핑이란 인물을 정확하게 들여다보지 않고선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시진핑은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대지진의 한가운데서 그 지각 운동을 더욱 격렬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2부 ‘중국 리스크의 기원과 축적’에서 지금 중국을 ‘폭주’하게 만들고 있는 시진핑의 사상적 기원과 시진핑 정권의 특수성에 대해서 깊이 있게 살펴본다.
시진핑의 성장과 정치적 굴기의 과정은, 최근 반세기 동안의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와 직결된다. 저자는 문화대혁명의 하방 정책으로 인해 옌안 량자허의 농촌 마을에서 7년 동안 살아야 했던 청년 시진핑 시절부터, 그가 개혁개방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중국 연해안 도시들의 행정가를 거쳐 ‘중앙정치의 스타’가 된 과정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시진핑이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했던 시기는 곧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확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 혁명과 만나면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고 중국경제가 찬찬하게 비상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시진핑 내면의 결정적인 모순이 있다. 그는 여타 중국 지도자들과 다르게 마오쩌둥으로 인한 하방(下放)을 자기 인생의 근원적인 에너지가 되었다고 자부하면서도, 중국이 세계경제와의 접점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얼마나 윤택해졌는지를 온몸으로 실감했다. 그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두 사람을 모두 긍정하겠다는 위태로운 목표를 지닌 채 ‘중화 민족의 역사적 사명’을 성취하겠다는 의지에 부풀어 있다. 이처럼 중국 개혁개방 이전과 이후라는 ‘두 개의 30년’ 모두를 긍정하고자 하는 건 시진핑 집권기의 본질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진핑이 보여주는 ‘신(新)마오주의’의 노선은 중요하다. 그는 왜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란 비극을 낳았던 마오쩌둥 시절의 긍정적 유산을 계승하려 하는가? 저자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 이후 30년간 불러일으킨 부작용에 주목한다. 개혁개방은 중국 민영 부문과 시장경제 영역의 급속한 발전을 낳았으며, 이로 인해 중국 내의 거대한 빈부 격차,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약화는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때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공산 정권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영향으로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던 게 분명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보시라이 정변 위기 사태, 시진핑 집권 직전의 두 ‘대형 사건’은 중국의 미래를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 때 중국은 ‘세계경제의 구원자’로 떠올랐으며, 이는 중국이 서구보다 자국의 정치·경제체제가 더 낫다고 판단하게 만든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 또한 덩샤오핑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취약함을 폭로했던 ‘보시라이 정변(政變)’은, 시진핑이 집권 후 수백만 명을 숙청할 수 있는 일인천하의 권력을 쥐어주었다. 시진핑은 이로써 마치 제국의 황제와 같은 존재로 등극할 수 있었다. 요컨대 시진핑의 내면에 간직되어 있던 두 가지의 사상, 즉 ‘위대한 중국 공산당과 공산주의’를 주창한 마오쩌둥의 세계관과 ‘서양은 몰락하고 중국이 떠오른다’는 동승서강(東昇西降)의 자기 예언이 현재 차이나 쇼크의 이념적 근원인 것이다.

중국은 과연 무엇에 그토록 쫓기고 있는가?
오래도록 누적된 중국 내 리스크, 그리고 ‘인치(人治)의 그늘’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묻는다. 최근 들어 한국인들이 체감하는 차이나 쇼크가 이렇게까지 갑자기 격화된 건, 중국과 시진핑의 자신감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감보다 더욱 절박한 심리적 요인이 있는 건 아닌가? 중국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를 폐기하고 섣부르게 패권 도전에 나선 것은, 어쩌면 중국 내부에서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조급함, 즉 중국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불안감과 치명적인 리스크를 직면했기 때문은 아닌가? 2021년 9월, 국제정치학자인 할 브렌즈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정치학 교수는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에 ‘쇠퇴하는(a declining power) 중국이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다. 이들은 (중국과 같은) 신흥 강대국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패권국과 동맹 세력에 포위되어 쇠퇴기를 앞둔 시점에 이르면, 이들은 더 늦기 전에 현재 움켜쥘 수 있는 것을 확보하려 들어 ‘전쟁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책의 3부 ‘쫓기는 제국, 잠 못 이루는 황제’의 첫머리에 브렌즈와 베클리 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시진핑 정권의 자신감 이면에 놓여있는 중국 내 리스크들을 세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한다. 중국의 ‘사각지대’에서 천천히 축적되던 하나하나의 리스크들이 어떻게 ‘차이나 쇼크’를 추동하는 힘으로 격화되었는지를 살펴가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중국의 농촌에 가장 먼저 주목한다. 중국의 농촌은 한 마디로 ‘보이지 않는 중국’이라 할 수 있으며, 중국사회의 농촌 문제는 ‘모든 문제들의 중심에 있는 문제’라 할 만하다. 중국의 농촌에는 여전히 전체 인구의 36%에 가까운, 약 6억 명의 농민들이 살고 있다. 최빈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수준의 삶을 살아가는 이 6억 명의 농민들은 중국이 얼마나 양극화된 사회인지를 보여주며, ‘중국판 카스트 제도’라 부를 수 있는 후커우 제도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폭로한다. 저자는 “단언컨대 시진핑 정권이 농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농촌 문제에 더해, 중국의 인구 문제는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청사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중국은 2021년을 기점으로 이미 미국보다 더 늙은 국가가 되었고, 2020~2021년 즈음 이미 실질적으로 총인구 감소세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국이 같은 문제에 직면한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인 이유는, 중국은 아직 선진국이라 하기엔 너무나 소득이 낮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라는 점이다. 최근 유행하는 말처럼, ‘일본이 늙기 전에 부자가 되었고, 한국이 늙으면서 부자가 되었다면, 중국은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버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부채 문제와 반도체 산업의 취약함은 이 나라 경제구조와 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리스크를 폭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중국경제의 중심지인 상하이시, 최첨단 하이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광둥성 선전시 등에서 이어지는 공무원 임금 체불 사태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저자는 중국 국가재정의 상상을 뛰어넘는 부채 규모 및 증가 속도가 이 나라의 관치금융 관행, 국영기업 특혜, 즉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라는 오래된 전통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장개혁 조치는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약화를 의미하며, 시진핑 정권은 그것을 택할 리 없다. 시진핑은 중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대신 자국의 고부가가치 제조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식을 택한다.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중국 대표 반도체 회사인 칭화유니 그룹의 파산 사태와 ‘HSMC 먹튀 사기 사건’ 등은 중국 전략산업 육성 정책의 한계와 부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으며, 반도체 산업의 특유의 높은 문턱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절케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처럼 중국의 부채 문제와 반도체 기술의 난맥은 중국의 중앙정부가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중국 예외주의’와 현능주의(賢能主意)의 허점을 폭로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것은 중국이 지금처럼 헌법과 법률에 의거한 법치(法治)가 아니라 혈통과 능력에 기반을 둔, 공산당 엘리트에 의한 인치(人治)를 고집하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제도적 취약점이다. 그러므로 다시,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꼭대기에 있는 시진핑을 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중국이라는 뉴노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냉철한 실리주의, 유연한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은 책의 1~3부에 걸쳐 대내외적인 중국 리스크의 키워드들, ‘차이나 쇼크’의 기원과 양상을 총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제 대한민국의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할 차례다. 책의 4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서는 한국사회가 ‘중국이라는 제국의 귀환’을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에 관한 여러 방책들이 제시된다. 저자가 한중 관계의 미래를 위하여 가장 먼저 제언하는 내용은, 우리가 중국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신냉전 시대’라는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단순한 논리가 통용되는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저자는 탈냉전이 끝난 뒤 한국이 앞으로 점점 더 미중 양쪽에서 ‘선택의 요구’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국제 이슈에 대하여 한국사회와 시민들이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는, 우리의 국가적 위상과 자국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 자기 인식’도 절실하다. 2017년 한한령 사태와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의 비교가 보여주는 것처럼, 과소평가된 자기 인식은 주변 강대국들의 엄포와 보복 협박에 대처하는 대응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 전체 무역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우리 무역의 흑자 또한 여전히 많은 부분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나온다. 이러한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쏠림은 지속적인 리스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과 산업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점진적으로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일도 멈춰선 안 된다. 저자는 문재인 정권의 ‘신남방정책’을 높이 평가하며, 아세안 및 인도와의 교역 비중을 늘리는 일이 중요한 이유를 상세하게 풀어놓는다. 나아가 저자는 미중 간의 신냉전이 ‘반도체 이슈’로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면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압도적 산업 지배를 빼고 우리 안보를 제대로 논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현재의 반도체 초격차, 특히 중국과의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책을 고민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또한 신냉전과 고립주의에 따른 ‘미국 공백’을 대비하기 위하여, 장기적으로는 한일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일도 긴밀히 요청된다. 이를 위해선 물론 과거사와 얽힌 보편적·윤리적 이슈를 해결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선행되어야겠지만, 지역 패권국으로 떠오른 중국에 맞서 한일 간의 획기적인 관계 개선은 양국 모두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은 중요하다. 그것은 단순히 한일 간 동맹과 동아시아의 평화 유지를 넘어서서 한국을 위해 더욱 광대한 지정학적 활동 공간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빠르게 대처하고 적응하는 유연성이다. 차이나 쇼크의 진원지인 중국은 국가의 물리적 크기와 국가 통치 및 정부 동원의 효율적 측면 등에서 한국을 압도한다. 그런데 이 점에서 오히려 한국의 강점이 지닌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자유롭고 열린 사회 분위기와 이를 활용한 유연성과 적응력, 그리고 상호 피드백 능력과 기민한 대응력은 바로 정확히 중국이 갖지 못한 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반중 정서의 폭발 대신 냉철한 실리주의가 옳다고 주장하며, 미국과의 동맹 강화와 중국과의 실리 추구를 위해 대중 외교에 있어 섬세한 포지셔닝과 레토릭을 구사할 것을 강조한다. 또 대중 외교 기조에 있어 철저히 국익에 기초한 초당파적인 컨센서스를 이루고, 어느 정당이 집권을 하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상관없이, 그것을 따르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한중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쌓여 감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그것은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국익 최우선의 관점에서 나온 실용주의 원칙을 변함없이 지켜가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처럼 우리가 ‘중국이라는 뉴노멀’에 대해 발빠른 적응력과 유연성, 새로운 포지셔닝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하나의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현대사와 사회경제적인 이슈들을
일관된 문제의식과 심층적인 관점으로 통찰하는 힘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의 저자 한청훤은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고, 중국 유학을 거친 뒤 그 나라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저자는 중국 산업 굴기의 현장에서 15년 가까이 일해온 ‘중국통’이며, 주로 전기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필드에서 중화권 시장 개척을 위해 많은 중국 대기업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이러한 저자의 비즈니스 현장 경험은 이번 책의 전기차용 배터리,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 산업 등 중국 고부가가치 최첨단산업 현장의 분석에서 더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으며, 《허핑턴포스트》, 《비즈한국》, 《오마이뉴스》 등 다양한 매체의 요청을 받아 중국 시평 및 칼럼을 기고했던 바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중국에서 5년간 거주하며 중국인이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백년가약을 맺기도 했다. 그가 책의 서문에 썼던 것처럼, 저자 자신이 한국인인 동시에 중국인의 남편이자 중국인의 사위, 중국인의 가족이기도 한 입장이니 현재 중국의 문제를 그 안팎에서 누구보다도 중층적인 관점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여지 또한 분명히 컸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중국 관련 현안을 다룬 도서들은 우리 출판계에서 끊임없이 발간되고 있다. 중국발 리스크는 그만큼 우리에게 시급한 당면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만큼 중국의 현안에 대해서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다룬 책은 찾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이 중국을 대내외적으로 둘러싼 다양한 영역의 키워드들을 두루 분석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한청훤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일관된 맥락과 문제의식으로 꿰어나가면서 탄탄한 심층성으로 한중 관계의 미래를 예측한다. 그 치밀하고 깊이 있는 일관성, 저자의 심원한 통찰력에 바로 이 책만의 특별함이 있다. 『중국 딜레마』를 쓴 박민희 《한겨레》 논설위원의 추천평처럼, 이 책에는 “저자 스스로의 눈으로 중국을 직시하는 힘”이 담겨있다. 한청훤은 수천 년에 걸친 중국 역사의 장대한 패턴, 중국이 품고 있는 지정학적인 본질과 함의,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세계 경제체제의 거대한 흐름과 맞물린 중국 현대경제의 급속한 발전, 그리고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라는 중국 현대사의 두 ‘거인’과 지금 종신 집권을 꿈꾸는 시진핑의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그는 이러한 입체적인 맥락 속에서 그 나라의 산업 굴기, 첨단산업과 반도체 기술 이슈, 미국과의 패권 경쟁과 대만 문제, 중국 내부에 잠복한 농촌, 인구, 부채, 정치 리스크 등 당면 현안들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온몸으로 겪어왔던 중국 현지의 경험과 중국 바깥에서의 관찰, 그가 오랫동안 치열하게 쌓아온 문헌적 근거, 그리고 중국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사유의 힘이 가득하다.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왜 중국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중국이 되어가고 있으며, ‘중화 제국의 귀환’을 그토록 힘주어 외치고 있는가? 왜 시진핑은 마오쩌둥의 길을 뒤쫓으며 중국의 ‘국부(國父)’가 되어가고자 하는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시진핑이 열여섯의 나이에 옌안성의 토굴 마을에 하방되어 보낸 7년간의 시절을 알아야 하고,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의 첨단산업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덩샤오핑의 유산인 집단지도체제가 어떤 약점을 지녔으며, 그것이 보시라이 무력 쿠데타를 어떻게 불러일으켰는지 알아야 한다. 중국의 후커우 제도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병폐와 한계를 알아야 하고, 중국경제가 세계화의 흐름과 조우하며 ‘비상하는 붉은 용’으로 날아오른 과정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는 저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중화민족주의 발흥과 양안통일의 신념, 중국 국영 부문과 민영 부문의 갈등, 중국 농촌의 처참한 상황, 중국 최첨단사업의 굴기와 실패, 그리고 중국이 처한 ‘중진국 함정’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단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 모두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하나의 관점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에서 저자가 담고 있는 메시지이며, 오직 이 책만이 성취한 특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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