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살인
죽음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이 글의 주제는 마치 ‘볼드모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해리포터 시리즈’ 속에서 ‘볼드모트’라는 인물은, ‘해리포터’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불경하다며 차마 입에 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존재다. ‘볼드모트’는 ‘해리포터’와 천적관계이며, 글과 영화의 내용상 절대 빠질 수 없는 악의 축, 혹은 필요악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녀노소에게도 ‘볼드모트’와 비슷한 게 있다. 자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어쩌면 가장 순수한 자학. 모두 다 알고 있으면서도 되도록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껄끄러움. 죽겠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 막상 자살이란 말만 나오면 무조건 안 된다를 말하는 모순. 자살이란 말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던, 어디서 되도 않는 말장난보다 못한 헛소리들. 이글은 도입에서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남자가 죽음을 향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죽음에는 그럴 듯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에 대해서 상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한다. 과거의 아름다운 이야기들과 현재의 시궁창에 처박힌 모습은 그 격차가 너무나 크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줄 수도 없을 것 같아 신을 붙잡고 하소연도 해본다. 주인공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살고자 함이 아닌 살아남고자’ 그는 백 군데가 넘는 곳에 이력서를 내보지만 소용이 없다. 카피라이터가 되겠다라는 꿈은 그에게 손에 닿을 듯이 가까웠지만 막상 잡으려 하면 계속해서 도망가 버린다. 안달복달하며 억지로라도 꿈을 이루려해도 모든 이가 너는 재주가 없다며 무시하고 깎아내린다. 하지만 남자는 놓을 수 없다. 카피라이터만을 꿈꾸며 달려왔던 지난 세월이, 그리고 그 꿈을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손에 쥘수 없기에.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지켜줄 수 없기에. 그러나 이글은 중반을 넘어서면서 남자의 취업문제가 해결되면서, 더욱 이상한 방향으로 새어나가기 시작한다.
이상한 회사, 이상한 제안, 충격적인 마지막.
상당히 어두운 도입과 중반부를 벗어나면서 스토리 전개는 상당히 흥미진진해 진다. 죽음을 써야 하는 카피라이터. 이정도만 말해야 하려나? 그다지 큰 이야기가 아니지만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무척 뛰어나 감정이입이 여타의 글보다 쉽고 빠르다. 감정이입이 빠르다는 것은 어쩌면 우울해질 수 있다는 말이 될 텐데, 다행히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로 기묘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짤막하지만 굵게 이야기는 진행된다. 탁월한 묘사력은 작가 특유의 문체를 먹이삼아 화려하게 수놓아진 단어들로 내용을 장식하며, 비가 내리는 밤 창밖으로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번쩍이는 네온사인처럼 어둡고 거친 내용에 작은 불을 밝힌다. 꿈결처럼 몽롱해 지다가도 쾅하고 찍어 내리는 도끼 같은 맛이 있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