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고전 024] 홍길동전
《홍길동전》은 조선 중기 문신인 ‘허균(許筠, 1569∼1618)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보다 앞선 한글소설로는 채수(蔡壽)가 지은 한문소설 《설공찬전(薛公瓚傳)》의 한글 번역 《설공찬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설공찬이》의 경우는 발견 당시부터 떨어져나간 부분이 있어서 완전한 형태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홍길동전》을 ‘완결된 형태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소설’이라고 합니다.
《홍길동전》은 목판본과 필사본으로 전하는데, 목판본에는 경판본 4종과 안성판본 2종, 완판 36장본 1종 등이 있습니다. 필사본으로는 여러 가지 형태가 전합니다. 이 책은 경판본 중 핵심적인 구성이 가장 탄탄한 24장본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기본 줄거리를 엿보기에 가장 적절한 판본입니다.
서자로 태어난 홍길동이 세상을 원망하다가 결국은 자기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해 나간다는 기본 줄거리는 조선시대 당시로서는 상당히 급진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술을 부린다는 부분도 유교적 가치관으로 보면 혹세무민에 해당되지만, 신하가 조정과 왕을 농락하는 내용은 매우 파격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균은 서자가 아니지만, 《홍길동전》을 통해서 신분제로 꼼짝 못하는 조선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 변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한계도 있습니다. 신분제도 자체를 제거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서자인 홍길동이 왕이 되어 새로운 신분질서를 만든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신분제를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신분제에 억눌려 지내던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비록 소설이지만 홍길동이 자신들을 소망을 대변해 주었다는 대리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잘못된 사회 구조와 변화에 대한 열망, 그리고 해외 이상국 건설 등으로 이어지는 《홍길동전》을 통해 한 시대의 고뇌를 드러낸 작가 허균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