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발터 벤야민, 사진의 가능성에 세계의 미래를 걸다
사진으로 혁명을, 사진으로 새로운 인식을
현대 철학과 미학의 선구자 발터 벤야민이 사진에 대해 쓴 글들을 모으고, 벤야민 연구자 에스터 레슬리의 해석을 붙인 책. 탁월한 사진 비평가이자 이론가, 사진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지각을 문체로 구현한 철학적 사진작가, 어린 시절 엽서를 장식한 사진에 매료된 사진 수집가 벤야민을 만날 수 있는 책. 초기 사진의 시대 카메라가 어색했던 사람들로부터 자기 과시와 정치 선전의 수단으로 사용된 사진의 시대를 지나 이미지로 둘러싸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진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저자소개
유복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193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를 불안한 눈빛으로 살다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1940년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국경 마을 포르부(Port Bou)에서 음독자살한 비극적 운명의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의 지적ㆍ사상적 세계, 그리고 그가 남긴 글들은 1930~40년대에 걸쳐 이루어진 성과물들이었지만, 21세기가 들어선 지금에서도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으며, 그 폭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시대 사상가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나 슬라보이 지젝(Slavoj Zizek),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 등이 모두 벤야민 사상에 빚을 지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최근 들어 그의 매체미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이 봇물 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성만 교수는 발터 벤야민 사상과 글의 '현재성'이 벤야민을 향한 현재진행형의 해석들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대 유럽 지식인들의 글을 지금 접해보면 시대적 한계를 분명히 느낄 수 있지만, 벤야민의 글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양상이나 문제점들에 대한 풍부한 해석과 의문부호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그의 사상이 주로 유물론적 모더니즘 미학과 사회철학적 시각에서 해석되고 수용되어 왔다면, 1990년대 들어서는 언어철학, 번역이론, 미메시스론, 특유의 산문양식 등이 부각되고 있다.
그가 난해한 사상가로 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사상의 기저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메시아주의 또는 카발라 등 유대신비주의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학문이 그동안 전통적인 분과학문적 영역에 치우쳐 통합적 사유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벤야민의 사상을 그저 유물론적 미학주의자 내지 유대신비주의 요소를 갖은 마르크시스트 정도로 평가한다면, 아주 협소한 그의 지적ㆍ사상적 세계를 볼 수 있을 뿐이었다.그에게는 분명 20세기 최고의 유대신비주의 학자 게르숌 숄렘(Gershom Scholem)이 있었다.
하지만 벤야민은 그 유대신비주의에 매몰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렇다고 그 대척점에 있었던 마르크시즘에도 그 어떠한 해결책을 용인하지 않았다. 그의 연인이자 마르크시스였던 라트비아 출신 여성 아샤 라치스(Asja Lacis)의 영향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지만, 그에게 '사상'의 문제는 언제나 '지식인'의 관점에서 무엇이 위기에 처한 인류의 문제를 고뇌할 수 있게 하는가 였다. 그것은 바로 지식인이 가져야 하고 가질 수밖에 없는 정치적ㆍ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한 신랄한 자기비판적 성찰에 있음을 그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1940년 마지막으로 쓴 역작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일명 '역사철학테제')가 스탈린과 히틀러의 비밀협약에 대한 절망에서 나온 글임을 보면, 이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