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기억 여행사
-줄거리-
은정은 사고로 가족을 잃은 후 실의에 빠져 살다가 친구의 권유로 첫 강의를 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강사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어느 날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치 않게 잠재기억 여행사 광고 문구를 보게 되고 최면에 빠진 듯 이끌려 잠재기억 여행사를 찾는다.
우리의 세포 속에 잠들어있는 오감의 기억을 깨워 과거의 추억을 현실에 일어나는 일처럼 체험시켜주는 일. 은정은 가이드의 말을 믿지 않고 가이드는 그런 은정에게 무료로 짧게 체험해볼 것을 권한다.
“단언하죠. 이 단 한 번의 여행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 놓으리란 것을요.”
은정은 거절하지만 가이드의 거듭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되고 10년 전으로 돌아간 은정은 대학시절 커플이었던, 현재 사별한 남편 선우를 만나게 되는데…
-작가의 말-
누구나 가끔은 잊고 지낸 어릴 적 기억을 불현듯 떠올리는 경험을 해본다.
내게는 어릴 적 엄마 품에 안기어 하늘을 올려다보던 기억이 있다. 그것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실제 내가 겪은 일인지, 아니면 상상력의 산물을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라 착각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당장 느끼는 오감의 기억을 선별해서 저장하지 않는다. ‘이 향기는 기억했다가 나중에 떠올려야지’하지 않고 언젠가 맡았던 향기가 문득 떠오르거나 음식의 맛을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살아가면서 체험하는 모든 일들을 바로 지금 겪은 일처럼 생생히 떠올리게 된다면 삶 자체가 혼란스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불 킥할 정도로 부끄럽던 일이 잊히지 않고 계속해서 떠오른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다행히도 특별한 기억이 아니면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또는 잊게 된다. 근데 정말 그 기억들은 우리 안에서 소멸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완전히 잊고 지내던 옛 일이 불현듯 떠오르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어쩌면 혹시 우리의 기억도 컴퓨터의 압축파일처럼 세포 어딘가에 압축시켜 저장해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그것을 생생하게 재생시킬 수 있다면, 그저 영상과 소리가 아닌 오감을 모두 살려내서 실제 겪었던 일처럼 다시 체험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