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바보들에게 네 번째 이야기
인간을 사랑한 목자 김수환 추기경의 맑은 영혼을 담은 목소리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의 높은 담을 헐고 사회 속에 교회를 심어야 한다며 가난하고 봉사하는 교회, 그리고 한국의 역사 현실에 동참하는 교회가 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사회 속에 교회’라는 말은 사회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의미합니다.
언제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공동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사회 교리로 삼아 교회 안팎의 젊은 지식인과 노동자들의 사랑을 받은 그는 말로만이 아닌 몸과 마음을 다해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더욱 다양한 계층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팍팍한 노동현실과 마주한 노동자들,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서 어렵사리 삶을 지탱하는 빈민들, 급격한 공업화와 함께 소외된 농민들, 한 때의 잘못으로 감옥에 갇힌 재소자들, 굶주리는 북녘의 형제들과 탈북 주민들, 소외된 이주민들, 그리고 나아가 재난을 당한 아시아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의 기도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그의 얼굴은 이 세상 누구보다 환하게 빛났습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라던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는 헐벗은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으며 높은 직책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항상 더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던 그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힘이 없다는 이유로, 덜 배웠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그는 인간은 그 자체로 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며, 하느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믿었기에 이 세상 모두가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봅니다.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도 그가 보여준 사랑과 나눔의 정신은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가 떠나간 자리는 여전히 아쉬움과 허전함이 가득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사랑의 불씨가 되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이 다른 이들과 사랑을 나누고 서로 존중한다면
더 밝고 더 행복한 세상이 올 것입니다.
그가 남긴 유언 “고맙습니다”는 지금 우리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우리 마음에 남기고 간 그 사랑의 씨앗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