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단편집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카프카는 1904년 문학 친구였던 오스카 폴라크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문학에 대해 이렇게 강력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친구에게 독서가 우리에게 강한 충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느냐고 반문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큰 고통을 주는 불행처럼,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서 떠나 숲 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충격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단편들은 그의 이러한 지론을 따르는 듯 난해하면서도 매력적이다. 그가 제시하는 작품 세계는 사실주의적인 문체로 인해 한편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전달되는 그 내용은 아주 낯설어 보인다. 따라서 독자들은 마치 꿈속을 헤매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서술된 내용이 다층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데 바로 이 작가의 현대성과 매력이 있다. 이 책에서는 카프카의 작품 중 카프카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네 개의 단편을 골라 실었다. 첫 작품 <선고(Das Urteil)>는 카프카의 문학 역정에서 첫 ‘돌파구’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호평 받았을 뿐 아니라 이후 카프카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들이 들어 있어 가장 많이 읽히면서 아울러 가장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는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 <시골 의사(Ein Landarzt)>와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Ein Bericht fu?r eine Akademie)>는 1917년에 쓰인 것으로 모두 중기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작품 <단식 광대(Ein Hungerku?nstler)>는 1922년 말기에 쓰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