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여자 (개정판)
프롤로그
그들이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도착한 날 밤, 모든 것은 정적에 싸여 있었다. 훗날 네 남자 중 가장 어렸던, 파리드는 개 한 마리 짖지 않는 밤이었다고 회상했다.
달콤한 밤공기가 이들을 감쌌으며, 사막 쪽에서 알 듯 말 듯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들은 어둠이 깃들면서부터 줄곧 기다렸다.
알제리의 수도 알지에에서 다르 아치자까지 그들을 태우고 먼 길을 온 차는 낡고 승차감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도중에 두 번이나 멈춰 섰는데, 한 번은 고장난 왼쪽 뒷바퀴를 바꾸기 위해서였다. 그때까지도 가야 할 길을 절반도 못 간 지점이었다.
한번도 수도를 떠나본 적 없는 파리드는 길가에 앉아 다채롭게 변해가는 주변 풍경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보 사다를 지나 북쪽으로 달리다가 타이어 고무가 크게 벌어지면서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녹슨 나사를 풀어내고 새 바퀴로 갈아끼우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파리드는 다른 사람들이 나직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귓전으로 들으면서, 예상보다 늦게 도착할 것이고 중간에 쉬거나 식사할 시간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바퀴를 갈아끼운 후, 여행은 다시 계속되었다. 엘 크베드에 거의 도착했을 때 이번에는 엔진이 고장났다. 결국 고장난 곳을 찾아 대충 수리하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들의 우두머리는 흔히 선지자 마호멧의 이름을 들먹이는 부류들처럼 창백한 안색에 검은 수염, 불타는 눈빛을 가진 30대 중반의 남자였다. 그는 몸을 구부린 채 비지땀을 흘리며 달아오른 엔진을 살펴보는 운전사에게 분노 섞인 욕설을 퍼부으면서 재촉했다. 파리드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서로의 안전을 고려해서 누구도 그가 누구이며 어디 태생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다른 두 남자의 이름도 몰랐다. 그가 아는 것은 오직 자신의 이름뿐이었다.
그들은 엔진을 수리한 후 다시 달렸다. 주위에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물 말고는 먹을것이 전혀 없었다. 마침내 목적지인 엘 크베드에 도착했을 때, 밤은 이미 깊은 정적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들은 시장 근처의 골목 으슥한 곳에서 멈췄다. 사람들이 내리기가 무섭게 그들을 태우고 왔던 차는 사라졌다.
어둠속 어디선가 다섯번째 남자가 나타났고, 그는 사람들을 안내했다. 짙은 어둠속에서 그들은 이름 모를 거리를 재빨리 통과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