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 - 고대 의학에서 정신의학, 뇌과학까지 흐름으로 읽는 의학
고대 의학에서 정신의학, 뇌과학까지
흐름으로 읽는 의학사
16세기 전쟁 중에 군인이 총상을 입게 되면 끓는 기름을 환부에 부어 치료했다. 프랑스의 군의관이었던 앙브루아즈 파레는 끓는 기름 대신, 자신이 만든 연고를 사용했다. 또한 출혈 부위를 불로 태워 지혈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출혈 부위의 혈관을 찾아 실로 묶는 ‘혈관 결찰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도 외과수술에서 사용하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이처럼 의학은 기존의 생각을 뒤엎거나,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발전해갔다.
《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는 고대 의학에서 현대 의학의 최신 흐름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주도했던 패러다임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인물들의 노력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개척자이면서 선구자이기도 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놀랍고 기발하면서 때로는 안타깝고 가슴 뭉클하기까지 하다. 이 책은 단순하게 의학적 발견과 그것이 가진 의학사적인 의미를 나열하지 않는다. 시대적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인물들의 생각과 욕망을 충분히 그려내 흥미를 돋운다. 저자의 재치 있는 그림까지 더해 역사적 인물들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더 들어가보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의사이자,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을 바라보는 생각이 남달랐다. 아직 질병의 원인이 초자연적 존재가 내리는 벌이라 생각하던 시기에 ‘자연적인(또는 과학적인) 원인에 의해 생기는 현상’으로 본 것이다. 그는 당시 신성병으로 불리던 뇌전증(간질)에 대해 ‘신내림’으로 착각한 사람들을 두고, 그저 무식한 주술사나 돌팔이 의사였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들이 본인들의 무능력에 대한 핑계로 신을 이용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히포크라테스 학파는 꼼꼼하게 환자를 검진하고 관찰한 임상기록을 남겼는데, 오늘날 병원에서 실제 쓰이는 의무기록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세세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를 통해 의학을 미신과 종교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고대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다. 1500년대 말 이탈리아 의사 가스파레 타글리아코치는 코 성형수술로 유명했다. 당시 유럽은 매독이 유행했고, 매독의 후유증으로 코가 녹아 없어진 환자가 많았다. 타글리아코치는 환자의 새로운 코를 만들 피부를 팔에서 가져와서 이식한 팔의 피부가 코의 혈관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을 때까지 팔과 코를 2~3주 동안 연결해놓았다. 그의 수술은 거의 완벽했다. 하지만 종교계의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인간의 외모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으로 인간이 바꿀 수 없다며 그를 비난한 것이다. 타글리아코치는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외모가 크게 손상되었을 때 이를 원상회복하는 것 역시 하느님의 영광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그는 종교계에서 파문당하고 사후에는 광신도들에 의해 무덤이 파헤쳐지는 수난까지 당하게 된다.
이처럼 시대적 상황과 기존의 패러다임을 무대로 의학적 발견과 성취를 이루기 위해 실패와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의학자들의 이야기가 현대 의학에 이르도록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더불어 의학자들의 핵심적인 생각과 그 생각에 도달하게 된 배경을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게 배려하였다.
의대를 꿈꾸는 학생, 일반 독자,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
어느 병원에서든 환자들이 받고 있는 검사와 치료는 어느 것 하나 사소한 것이 없다. 기본적인 검사 항목인 혈압, 체온 측정의 역사는 갈릴레이 시대로 되돌아가야 하고, 엑스레이와 수혈, 항생제 등은 천 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사실 이것들을 발견한 의학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의학기술을 완성시킨 것은 바로 환자분들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의사의 판단을 최선으로 믿고 확실하지 않은 비과학적 진료에 자신의 몸을 기꺼이 맡긴 수많은 환자분들이 없었다면 의학은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수많은 의학자들과 많은 환자분들의 도움으로 현대 의학은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완성되어왔고, 우리는 최고 수준의 의료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저자는 글을 다음과 같이 마친다. “의학은 앞으로 더 완벽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 흥미롭고 더 신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줄 것이다.”
이 책은 의대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 부모님들,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 뿐 아니라, 바로 지금 투병 중인 환자와 그들의 보호자분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