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이 된다면 - 닫힌 글문을 여는 도구를 찾아서
글쓰기는 자기 회의와 싸우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방해 요인들
언어를 사용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면세계와 교감하는 능력은 세상살이에서 귀중한 자원이 된다. 누구나 손쉽게 시도할 수 있고 정해진 틀이 없으며 깊은 깨달음을 주는 것은 물론,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야단스러운 소음도 잠시 잊게 해준다. 무엇보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끄적거리는 이 지극히 단순한 행위에는 온몸으로 전파되는 짜릿한 즐거움이 있다. 글쓰기가 가진 이런 매력에 이끌려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선망하고 도전하지만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이내 포기하고 만다.
저자는 그 이유가 재능이 부족하다는 자기 회의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서 비롯된 두려움 때문이라 진단한다. 글쓰기에 도전하는 수많은 사람이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이나 한다는 편견, 공부가 부족하다는 한탄, 문장력이 형편없다는 비하, 아름다운 집필실이 없다는 핑계, 어린 시절 들은 혹평이나 비난 등 마음속 장애물에 갇혀 있다. 어렵게 글쓰기를 시작해도 자기 글이 쓰레기는 아닌지,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은 아닌지, 모든 사람이 자신을 비웃지는 않을지, 자신이 감당도 못 할 일을 벌인 것은 아닌지 안절부절못한다. 책을 내기 전에는 아무래도 자신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을 책에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고 불안해한다. 책을 내고 나서는 애초에 자신은 책 한 권밖에 못 쓸 그릇이라 더는 쓸 게 없다고, 정말로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초조해한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자기 회의와 싸우는 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글을 쓰려고 할 때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우리에게만 엄습하는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두려움을 떨쳐 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모든 극한의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에 도전하는 사람이 경험하는 끝 모를 절망과 의심은 결국 결과물에 거는 기대와 뒤죽박죽인 눈앞의 현실 사이 괴리를 견뎌내는 문제일 뿐이라 말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마음속 장애물을 끄집어내 글로 옮긴다면 결과에 대한 불안, 칭찬에 대한 욕구, 비판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수많은 좋은 책들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유는 작가 스스로 지레 겁먹고 애초에 책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삶을 종이 위에 옮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글쓰기에 시동을 걸어주는 도구들
두려움을 떨쳐 내고 삶을 종이 위에 옮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다른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가장 먼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글쓰기를 연습하라고 권한다(91쪽). 달리기 전에 가벼운 운동을 하며 몸을 풀거나, 작곡을 하기 전에 피아노에 앉아 음계를 연주하는 것처럼 글쓰기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마음의 근육을 풀고 자신에 대한 기대를 낮추어야 한다. 이런 매일 글쓰기는 작게 시작해 규칙적이고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매일 1천 자를 쓰겠다고 다짐하고 삼 일째 되는 날 귀찮아서 집어치우는 것보다 하루 200자씩 꾸준하게 쓰는 것이 좋다. 멋들어진 산문이나 날카로운 논평 쓰기를 목표로 삼기보다 그저 글을 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생각과 아이디어는 넘쳐나는데 어떻게 구조물을 세워야 할지 알 수 없다면 빙산에 일각을 새기는 아이스버깅을 시도해본다(104쪽).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작가는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글쓰기를 빙산 이론으로 설명했다. 글쓰기는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열쇠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모두 꺼내 글로 옮긴다. 자신이 쓴 글이 어딘가로 이어지고 있다면 그것을 빙산이라 생각하고 그 안에서 일각, 즉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단번에 빙산의 일각을 쓰는 데 실패했다면 종이 위에 글감을 닥치는 대로 적어둔 다음 그것들을 세부적으로 파고들고 구체화해 이야기를 채굴해낸다.
가끔 매일 글을 쓰는 일이 벅찰 때가 있다.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아무 지침도 없이 글을 쓴다는 것이 너무 버겁다. 이럴 때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질문하고 답하면서 감정 온도를 재고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낸다(100쪽). 뭐가 슬픈 거야? 뭐가 두려운 거야? 왜 화가 난 거야? 무엇을 손꼽아 기다리는 거야? 이런 감정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진정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다. 이 기법은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엇이 살아 숨 쉬고 또 참된 것인지 세밀히 살피며, 자기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목표다.
글쓰기 기술적 측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독자를 단순히 내적 독백으로 유도하는 일보다 물리적 세계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107쪽). 이것을 흔히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라고 하는데 세세한 부분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기법을 말한다.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말하기보다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 맡은 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에 앉거나 누워 심호흡한 다음 감각 하나하나에 온정신을 집중한다(111쪽). 침대에 눕거나 의자에 앉을 때 몸이 닿는 느낌은 어떤가?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어떤 냄새가 나는가? 무엇이 보이는가? 이런 감각 탐색하기는 감각에 온정신을 집중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눈과 귀를 열어 과거의 사건을 세세하게 글로 옮기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글쓰기로 즐거움과 위안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기 위한 생활 밀착형 해법들
글쓰기는 아름다운 단어가 올바른 순서로 막힘없이 흘러나오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몸에 익도록 부단히 연습해야 하는 기술이다. 꾸준하고 규칙적인 글쓰기로 즐거움과 위안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이 글을 쓰고 싶어 하던 사람에서 책을 낸 사람으로 바뀐 비결은 시간을 쪼개는 방법을 배운 것이라 털어놓는다. 사실 일상에서 우리가 이틀 혹은 사흘 동안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해서 어떤 일도 쓰지 않는다면 6개월 혹은 일 년 후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므로 어느 시점에 이르면 문제가 된다. 또 머뭇거리고 주저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주변에서 직장에 휴가를 냈거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거나, 작업실까지 빌렸지만 막상 행동에 나서려 하니 극심한 공포가 몰려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별히 시간이 주어져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손이 바쁘면 생각이 자유로워진다고 했다. 설거지하면서 소설을 구상한다는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처럼 집안일 하는 시간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저자는 글쓰기를 마치고 집안일이나 잡일을 하면 빨래를 개거나 슈퍼에서 줄 서는 동안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다. 특히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조용히 시간을 보낼 때 그런 경험을 자주 한다.
금요일에는 그날 치 원고량을 채우면 특별한 일을 하면서 기분을 내본다. 보상을 좋아하는 뇌에게 책상에서 벗어나 있는 시간을 선물이라 속이며 주는 것이다. 저자에게 금요일의 보상은 책을 읽으면서 목욕을 하고 허브차를 마시는 일이다. 그때마다 매번 다른 허브차를 마시는데, 다양한 티백이 담긴 상자를 보면 한껏 부푼 기대감에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특별한 글쓰기를 할 때마다 사용하는 전용 머그잔도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는 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흔적을 남기는 것도 뇌가 좋아하는 일이다. 그날 한 일에 체크 표시를 하면서 사랑의 하트도 같이 그려 넣는다. 일을 끝마칠 때마다 항아리에 있는 조약돌을 다른 항아리로 하나씩 옮기는 방법도 좋다. 조약돌이 다른 조약돌과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에만 태울 수 있는 향초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촛불을 끌 때마다 뿌듯한 마음으로 글쓰기를 완수한 자신을 축하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