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행복해 보이고 싶나요, 행복하고 싶나요?”
좋아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비워낸 것들
2020년 가을, 20대 커플이 올린 유튜브 영상이 50만 구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책상 하나 두고 사는 8평 룸투어’라는 제목의 영상엔 동해에 사는 미니멀리스트 커플, ‘단순한 진심’의 정갈한 생활상이 꾸밈없이 담겼다. 청소기, 세탁기, 침대, 건조대, 식탁…. 가정집이라면 으레 사들이는 세간살이의 9할이 이 집엔 없다. 토퍼 두 장, 책상 하나만 둔 작은 방에서 이들은 매일 충분한 만족을 누리며 사는 듯 보였다. ‘혹시 스님이냐’, ‘얼굴은 20대인데 하는 말은 50대 같다’, ‘예순을 훌쩍 넘겼는데 한참 어린 젊은이에게 귀한 지혜를 배우고 간다’…. 남녀노소 다양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했다. 자기만의 신념을 고스란히 삶에 옮기는 용기에 대한 존경, 나 또한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동경을 아낌없이 표했다.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하는 세상에서 단순한 진심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쉬 잊기 힘든 울림이 되었다. 당신에게 충분한 집은 몇 평인지, ‘잘 비운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매 영상에서 건네는 낯선 질문들은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왜 소유해야 할까’라는 자문으로 바꾸었다. 남들에게 행복해 보이는 삶이 아닌, 내 가슴이 진정으로 행복하다 느끼는 삶을 위해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했다.
수많은 구독자가 이들의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그들의 지혜를 종이책으로 옆에 두고 천천히 읽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 따뜻한 성원에 보답하고자,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만의 진심을 정성껏 책에 담았다. 삶의 군더더기를 모두 덜어내고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행복을 남긴 이들의 작고 풍요로운 집으로 초대한다.
“비효율적으로 삽니다”
‘쫓기는 삶’에서 ‘음미하는 삶’에 도착하기까지
이들의 일상은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개고 바닥을 쓸고 닦는다. 작은 부엌에서는 원플레이트 요리만 하고 계절마다 네 개 정도의 요리를 개발해서 돌려가며 먹는다. 수납장이 따로 없어 물건은 언제나 제자리에 정돈되어 있고 그릇이 몇 개 없으니 설거지는 그때그때 한다.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계속하기 위해 하루 네 시간 이상은 일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쉬고, 운동하고, 산책하고, 잠자리에 든다.
이들의 일상은 비효율적이다. 청소기를 돌리는 대신 비질을 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대신 손빨래를 한다. 장을 보러 갈 때면 차를 타는 대신 길고 긴 바닷가, 숲길을 걷는다. 편의에 기대고 효율을 추구하기보다, 자기만의 힘과 속도로 오롯이 꾸려가는 생활의 기쁨에 집중한다. 필요 이상으로 삶을 확장하지 않기에 시간에 쫓기는 법이 없다.
절에서 나고 자랐을 것만 같은 이들도 처음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동해로 이주한 직후 살았던 집은 24평 단독주택이었다. 너른 거실과 창고는 사용하지도 않는 짐들로 채워졌다. 주택살이에 대한 오랜 로망은 유감없이 누렸지만, 딱 그만큼의 부침도 따라왔다. “집의 편안함을 누리는 시간보다 집을 관리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 없어도 그만인 짐들을 처분하고 8평 원룸으로 이사하고부터 그들은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내 힘으로 부담 없이 운용할 수 있는 생활 안에서 비로소 그들만의 질서를 되찾았다. 느슨하고 규칙적인 질서 속에서 생활뿐 아니라 마음과 관계의 짐을 하나하나 덜어내는 훈련을 했다. 이 책은 그 훈련의 결과로, 삶의 규모를 줄이며 겪어온 마음의 변화를 가감 없이 담고 있다. 비효율적인 삶의 여유를, 불안정한 길 위에서의 안정을, 집착을 버린 끝에 얻은 자유를, 소유하지 않는 삶의 풍요를, 비교와 불안과 두려움에 갇혀 살던 어제의 기억과 함께 솔직하게 기록했다.
“당신의 알맹이는 무엇인가요?”
행복을 고르는 우리만의 기준
“정답을 건네는 책이 아닌, 질문하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책 출간을 앞두고 단순한 진심이 밝힌 작은 바람이다. ‘우리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질문들을 널리 나누고, 많은 사람이 우리가 건넨 질문을 통해 자기만의 만족을 찾길 바란다’고. 아울러 ‘우리가 삶에 꼭 필요한 알맹이만 남겼듯, 이 책에도 우리만이 말할 수 있는 알맹이만 담으려 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불필요한 말을 수십 수백 번 걸러내고 남은 그 알맹이엔, 하루하루를 정성껏 진실되게 살아내려는 이의 반듯한 진심이 빼곡히 녹아 있다. ‘나의 쓸모’를 고민하는 마음, ‘나의 약함’을 받아들이는 겸허, 가까운 이의 소박한 사랑에 환히 열린 가슴, 힘없는 생명을 향한 애정 어린 눈길, 좋아하는 일을 기쁘게 지속하는 손, 본질에 충실한 일상 틈새로 깊숙이 자리 잡은 여유 한 자락…. 앞만 보고 쉼없이 달리는 길 위에서는 쉬 찾지 못할 행복의 면면이, 불안과 욕망을 걷어낸 자리에 한가득 채워졌다.
긴 여행 끝에 이들이 발견한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비우고 버리는 삶이 아니다. 필요 이상의 소유에 둘러싸여 보지 못한 행복의 알맹이를 하나하나 찾아내는 과정, 지금 바로 여기서 더 쉽고 완전하게, 행복해지는 연습이다. 결핍과 비교, 불안과 상실감에 때때로 아픈 누군가의 마음에 작게나마 힘이 되길 바라며 쓴 책으로, 이들은 다시금 특유의 진지한 물음표를 건넨다. 당신의 알맹이는 무엇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