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재난 인류 - 위기의 순간마다 답을 찾았던 인간의 생존 연대기

재난 인류 - 위기의 순간마다 답을 찾았던 인간의 생존 연대기

저자
송병건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2-04-14
등록일
2023-02-0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5KB
공급사
우리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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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재난은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생존의 단서’를 남긴다
압도적인 공포에 맞닥뜨린 인류는 과연 어떻게 분투해왔을까
2003년 8월 14일 오후 4시 10분,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에서 갑자기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오후 일과를 마무리하던 사람들은 칠흑같이 어두운 실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다. 갑자기 늘어난 통화량에 통신망은 곧 마비되었고, 수도 시스템도 문제가 생겨 물 공급이 되지 않았으며, 각종 전자기기와 지하철 등은 전원이 차단되어 사용할 수 없었다. 귀가하려는 사람들이 한정된 택시와 버스로 몰리자, 교통수단을 포기한 수많은 사람이 집까지 걸어서 가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미국 에너지회사의 컴퓨터 버그로 인한 기술적인 문제가 전력 조정의 문제로 이어져 광범위한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정전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재난 상황에서 위험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각종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현대에도 재난의 위험을 피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방재 기술이나 제도가 미비했던 과거에는 수많은 위험 요소가 인생의 매 단계를 위협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긴 역사 속에서 인류는 재난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했을까?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재난들과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것을 배웠을까? 재난 앞에서 무력했던 인류가 점차 재난이 찾아와도 수습하고 재건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세계를 바꾼 재난들의 사례와 각 재난을 극복하는 인류의 모습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신앙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다
인식의 변화를 가져온 자연재난의 시대
고대부터 근세까지는 주로 자연재난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종교개혁과 지적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신의 분노’로 자연재난이 발생한다고 믿었다.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재난이 바로 리스본 지진이었다. 1755년 11월 1일 오전 9시 40분, 포르투갈 리스본에 닥친 지진으로 지축이 흔들렸고, 이내 성당은 무너져 내렸다. 건물들이 무참히 파괴되고 길 한복판에 폭이 수 미터에 이르는 균열이 나는 등 아수라장이 된 상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곧 한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렸고, 쓰나미가 끝나자 수많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닷새 동안 그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앙심이 부족한 인간의 타락과 방종에 대해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당시 다수의 쟁쟁한 계몽주의자들은 왜 세상에 재난이 발생하는 것인지, 재난의 대상과 범위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재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 실질적인 원인과 대책을 찾기 위해 논쟁을 벌였고, 과학적인 근거로 지진에 접근하고자 노력했으며, 지적 혁명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

인간 스스로 재난을 자처하다
안전의 개념이 희박했던 인공재난의 시대
산업혁명이 이루어진 18~19세기는 인간에 의해 발생한 재난이 특징적이다. 산업의 발달로 노동은 증가했지만,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사람이 많았고 제대로 된 구휼 제도도 도입되지 않아 더 큰 재난으로 이어졌다. 아일랜드의 감자 역병으로 인한 기근이 바로 그런 사례였다. 1845년부터 유럽 곳곳에 발생한 감자 역병으로 수확량이 줄자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신음했고 영양 부족으로 허약해진 사람들에게 콜레라와 발진티푸스가 확산되었다. 특히 아일랜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는데, 5년에 걸친 대기근의 시기 동안 무려 1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아일랜드 경제가 초토화되자 해외에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났다. 사고가 잦은 이민선을 타고 마지막 선택지로 해외를 택한 아일랜드인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운명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원천적으로 동식물에 퍼지는 질병을 막을 수는 없지만, 흉작이 이어지고 기근으로 비화되었을 때 구호를 적절히 하고 식량 공급 대책을 마련했다면 아사자 또는 이민자는 없었을 것이다.

작은 사고가 더 큰 사태를 초래하다
거대한 통제가 일으키는 시스템재난의 시대
20세기 이후에는 거대한 통제 시스템이 재난을 초래한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최첨단 기술과 통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시스템은 재난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데 큰 역할을 함에도,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2011년 3월 13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규모 9.0에 이르는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해안 지역에는 높이 40미터에 이르는 쓰나미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 주택, 차량을 모두 파괴했고, 16,000명이 사망한 대참사였다. 하지만 더욱 장기적인 파급력을 지닌 재난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했다. 6미터 높이의 해일에 대비할 수 있도록 방파제를 설치했지만 대형 쓰나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해수는 비상용 디젤발전기와 순환펌프를 침수시켰고, 이에 따라 냉각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결국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졌다. 세슘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다량 배출되었고 냉각수가 오염되어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었다. 폭발 이후 반경 20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강제 이주해야만 했다. 아직도 발전소는 방사성 물질을 계속 유출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채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세계인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다가올 재난의 순간에도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재난이 남긴 ‘생존의 단서’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
20세기와 21세기 초를 통해 재난에 대한 지식, 대응 기술, 사회적 수습책이 다양한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지금도 재난은 크고 작은 규모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22년 1월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벌어졌다. 이러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다양한 미디어를 보고 우리가 형성해온 재난의 관념을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치 15세기 소빙하기에 평균기온 1~2도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마녀 재판을 하거나, 유대인의 재산을 빼앗고 추방시켰던 것처럼 잘못된 정보로 인한 새로운 희생양을 만들면 안 된다. 편협한 생각을 만드는 SNS 등과 같은 매체는 다각도로 살펴보고 분석해야 한다.
개별 인간이 아닌 인류는 강한 존재다. 저자는 소수의 분야, 소수의 사람이 재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분업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즉, 공감과 집단지성, 협력 체계만이 우리의 안전을 최대로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가올 미래에 새로운 재난을 맞닥뜨리게 될 때, 큰 피해를 막고 대처하려면 과거의 재난이 남긴 ‘생존의 단서’와 교훈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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