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혼의 미소 - 이한옥 장편소설
타국살이라는 용광로에 녹아든 한민족의 역사는 이제 작은 먼지톨이 아니다. 어느덧 굳어서 돌과 바위가 되었고 쌓여서 노적 담불이 되었으며 언젠가는 거대한 산이 될 것이다.
– 작가의 말
전쟁과 가난, 격변의 노도를 헤쳐 온 한국인들이 미국의 동녘 황량한 땅에 홀씨로 떨어졌다. 풍랑에 맞서고 냉천 고비 넘으며 움을 틔우고 줄기를 키운다. 변변찮은 잠자리에 몸을 뉘였고 밖을 나서면 까막눈이나 말더듬이가 되었다. 산 설고 물 선 야성의 숲에 미물로 착생한 이민들. 신과 사탄이 대적하는 전쟁터에서 외로움에 시달리며 시간의 흐름도, 게으름도 모르고 살아간다. 삶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날, 그들의 묘비는 말한다.
‘나는 이방에 살았지만 인생의 의무를 다했어.’
옥토를 찾아 터전을 옮기고 언어와 행동을 바꾸며 개척의 지평을 열어가는 한국인 이민들의 한 시대 여정을 작가는 비단에 수를 놓듯, 유려한 문체와 어휘로 부드럽게 펼쳐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