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산뜻한 인간관계 정돈법 - 일상이 버거울 때
인간관계, ‘마음’과 ‘사고방식’, ‘말’과 ‘몸’을 정돈하는 것부터
스트레스는 스스로 자초한 것일 뿐일까? 아니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나를 압박하는 주변 상황은 언제나 있고, 나를 괴롭히는 타인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이나 나에게 적대적인 타인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다. 바꿀 수 없을뿐더러 도망칠 수도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은 훌쩍 떠날 수 있을지 몰라도, 현대인 대부분은 그럴 수 없다.
겐코지 주지로 있으며 삶에 지친 대중들을 만나온 저자 마스노 ?묘는 스트레스를 풀고, 스트레스를 낳는 원인을 없애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정돈’이다. 흐트러진 나와 나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정돈하면 일상이 산뜻하게 돌아온다. 저자는 ‘상대가 예의 없다고 느껴질 때’, ‘새로운 환경에 내몰렸을 때’, ‘경쟁에 지쳤을 때’ 등 일상이 버거워지는 상황에서, 일상을 다시 산뜻하게 해줄, 인간관계를 정돈하는 방법 42가지를 제시한다.
살면서 ‘스트레스의 씨앗’이 사라질 일은 없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쟁에 지쳐서, 동료와 뜻이 맞지 않아서, 부하 직원이 일이 서툴러서 스트레스를 받고, 자녀 교육이나 연로한 부모님을 보살피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날씨가 덥거나 추운 것도 스트레스, 눈이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재해를 입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렇게 보면 세상만사가 스트레스의 씨앗이다.
스스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에까지 하염없이 사로잡혀 있으면 스트레스만 쌓일 뿐입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됩니다. 원인이 본인에게 있지 않으니 해결도 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런 문제는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으니 그냥 내버려둡니다. -본문 중에서
일상이 무너지고 삶이 힘들어진 것이 나 때문일까? 내가 잘해서 바로잡으면 스트레스의 씨앗이 사라질까? 아니다. 저자는 세상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널렸으며, 그런 문제는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방하착(放下着). “뭐든 내려놓으라.”라는 뜻의 선어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생각은 그만한다. 그것이 마음을 정돈하여 편안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책에서 일상을 무너뜨리는 42가지 상황을 소개하고, 상황에 따라 해결하는 인간관계 정돈법을 제시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나 동료들, 가족들 사이에서 겪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42가지 상황 모두를 겪은 사람도 있고, 겪어보지 않아도 어떨지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에피소드든 격하게 공감할 수 있겠지만 상황에 너무 이입되어 미리 걱정하지는 말자. 지금 막 회사의 막내 사원으로 들어왔는데, (미래의) 부하 직원과의 세대차이를 미리 염려해야 할까? 저자는 실제로 직면하고 나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위험 같은 것을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나가야 한다고.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선어는 매일매일 좋은 날이 찾아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날씨 역시 맑은 날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도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도 있고 태풍이 불 때도 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즐겁고 기쁜 일이 넘치는 날이 있는가 하면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더없이 소중한 경험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 있기에 인생은 재미있기도 하고 빛나기도 합니다. 매일매일은 더없이 소중한 경험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날입니다. 이것이 ‘일일시호일’의 의미입니다. -본문 중에서
살면서 좋은 날만 있을 수는 없다. 아니, 좋은 날보다는 흐리고 궂은 날이 더 많다. 하지만 궂은 날을 겪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시련이 있기에 인생이 빛나는 게 아니라, 좋은 날이 있기에 시련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선의 가르침에는 ‘즉금(卽今)’, ‘당처(當處)’, ‘자기(自己)’라는 말이 있다. ‘지금’, ‘여기’, ‘나’라는 뜻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 좋은 날에는 즐겁게 기쁨을 나누고, 궂은 날이 오면 먼저 좌절하기보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한다. 이런 날들이 쌓이면 일일시호일, 좋은 나날로 퉁쳐서 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