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토스의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 -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법
이 책은 에픽테토스의 『엥케이리디온Encheiridion』을 영국의 고전문학가 조지 롱이 1877년 영어로 번역한 것을 토대로 했다. ‘엥케이리디온’은 핸드북 또는 매뉴얼이라는 뜻으로,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그의 제자인 아리아노스가 받아 적은 내용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네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더불어 후기 스토아 철학의 대표적인 학자였던 에픽테토스는 철학적 이념을 현실 속에서 능동적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세상만사가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허황되게 바라지 말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모든 현실에 뜻과 바람을 맞추라고 가르친다. 또한 당면한 현실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선택할 권한을 가진 자가 바로 삶의 주인임을 강조한다. 에픽테토스의 지혜가 담긴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태도와 방향을 정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노예 신분으로 태어나 대철학자의 자리에까지 오른 에픽테토스가 평생에 걸쳐 몰두하고 가르쳤던 스토아 철학은 그리스 로마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이었다. 무엇이 에픽테토스의 철학으로 하여금 수천 년의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는 것일까? 에픽테토스 철학의 핵심은 ‘안으로는 자유, 밖으로는 불굴의 저항’이다. ‘안으로의 자유’를 얻기 위해 에픽테토스가 가장 강조한 것은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과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는 어떤 외부의 힘에도 굴복하지 않는 내면의 자유를 말한다. 현실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에픽테토스의 철학을 내면에 습득해 필요한 상황이 올 때마다 반사작용처럼 적용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역경과 어려움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남아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이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썼거나 비난을 받을 때는, 그 사람은 그게 옳다고 생각해 그렇게 행동하거나 말을 하는 것임을 기억하라. 그들은 내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고, 다만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할 뿐이다. 그들이 보기에 잘못이라고 생각되면 그들은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기만한 셈이 된다. 누가 어떤 진실을 두고 거짓이라고 여긴다면,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은 그 진실이 아니라 거짓이라고 여긴 사람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나를 모욕하는 사람에게 보다 너그러워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였나 보다.’ 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_p.106
절대 철학자인 척하지 말고, 사람들과 더불어 철학에 대해 많이 아는 척도 하지 말라. 대신 철학에서 배운 것을 행동으로 실천해보여라. 예를 들어 만찬자리에서는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한다는 둥 잔소리하는 대신, 스스로 올바른 자세로 음식을 먹도록 하라.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기억하라.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철학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면, 그는 그
들을 철학자에게 데려가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 들지 않았다. 속인들 사이에서 철학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때는 될 수 있으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낫다. 스스로 소화해내지 못한 것은 입 밖에 내뱉는 즉시 구토물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누군가로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무시를 당했는데도 발끈하지 않는다면, 바로 그것이 철학을 실천하는 시작임을 인식하라. _p.111~112
속인들은 도움을 원해도 다른 사람에게서 기대하고, 피해를 당해도 그 원인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여긴다. 철인들은 도움을 스스로 구하고, 피해를 입어도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철학적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탓하지 않고, 칭찬하지 않으며, 잘못을 따지지 않고, 비난하지 않는다. 마치 뭔가 속에 든 것이 있는 사람인 척하는 허세의 말 또한 절대 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을 칭송하면 속으로 웃어넘기고, 누군가가 자신을 비난하면 자신을 옹호하려 들지도 않는다. 미약한 자처럼 처신하고, 제자리에 있는 것이라도 단단히 고정될 때까지 돌봐 살핀다. 또한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것만 혐오한다. _p.115
철학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으뜸가는 것은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즉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이다. 두 번째는 왜 우리가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지 증명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 증명이 올바른지 분별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즉 귀결은 무엇인가, 모순이 없는가, 진실과 거짓은 무엇인가 등을 가리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두 번째 단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첫 번째 단계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단계, 즉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우리는 세 번째 과정에 애를 쓰고 모든 시간을 보내면서 정작 첫 번째 단계는 등한시한다. 즉 거짓말에 대한 증명은 잘하면서 정작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위반하곤 한다. _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