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 세계기독교고전 32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 소개
크리스천의 영적 성숙과 진정한 신앙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가치 있는 기독교 고전들이 많이 나와 후세에도 오래도록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의 기독교 고전은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영원한 보물이며, 신앙의 성숙과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이보다 더 귀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로 2천 년이 넘는 지금까지의 역사 속에 세계 각국에서 저술된 가장 뛰어난 신앙의 글과 영속적 가치가 있는 글만을 모아서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로 출간하고자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뒤를 잇는 대시인의 등장
밀턴은 1608년 런던의 부유한 공증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원래 성직자가 되려고 했다. 그러나 찰스 1세의 종교 정책에 반감을 품어 그 꿈을 내려놓고, 대신 종교 시인의 길을 택했다. 밀턴이 시인의 길을 택한 이유는 성직자가 되어 교회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나 시인이 되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의 길의 옳음을 대중에게 알리는 수단이었다. 무엇보다 문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시인으로서의 큰 포부를 갖게 했다. 그래서 밀턴은 케임브리지 대학 시절에 「그리스도 탄생의 아침에」, 「어떤 아기의 죽음에 대해」, 「쾌활한 사람」, 「사색하는 사람」 등의 시를 써서 시인으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을 확인했다.
밀턴은 학창 시절부터 호메로스나 베르길리우스처럼 영웅적 서사시를 영어로 쓰고자 했다. 그는 『일리아스』나 『아이네이스』 같은 대작을 써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중세의 로망스 류나 아서 왕의 전설 같은 영국의 서사시를 쓰려던 생각을 버리고, 성경에 근거한 인간의 타락, 악의 문제를 주제로 서사시를 쓰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이 『실낙원』이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뒤를 잇는 대시인의 등장을 전 세계에 전한다.
기독교 최고의 서사시 『실낙원』
격동의 시대를 살던 밀턴은 찰스 1세가 1649년 단두대에서 처형된 후, 크롬웰 치하 공화정 정부의 외국어 담당 비서관이 된다. 공화정의 정당성을 변호하던 그는 고된 업무로 1652년 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660년, 공화정이 좌절되고, 왕정이 복고됐다. 밀턴은 정치 보복으로 재산 몰수와 신변 위협이라는 불행한 처지에 빠진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처형만은 면했다. 시력과 재산을 잃고 가난에 허덕이던 그는 딸의 도움을 받아 『실낙원』을 집필했다.
밀턴이 『실낙원』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1650년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663년에야 원고가 완성됐다. 그러나 페스트(1665)와 런던 대화재(1666)로 말미암아 출판이 늦어졌다. 이듬해인 1667년 4월에야 비로소 출판사 사무엘 시몬즈를 통해 초판이 출간됐다.
『실낙원』의 근거가 될 만한 자료는 매우 방대하다. 하지만 그 근간은 창세기 1-2장의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야기와 요한계시록 12장에 나오는 천상에서의 싸움에 대한 예언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실낙원』에는 성경 구절들이 수없이 삽입되어 있고, 그리스?로마의 고전과 그 밖의 여러 사상에 대한 지식이 인용되어 있다. 그래서 일반 독자는 읽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난해하고, 접근하기 쉽지 않으며 공감할 수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도 『실낙원』은 큰 명성을 얻었다. 그 이유는 성경 주제를 다룰 때 흔히 빠져들기 쉬운 단색의 빛에다 고전의 깊은 맛을 가미한 데 있다.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인간의 운명과 하나님의 도리라는 장대한 문제를 고전 전통의 빛으로 조명했다는 데 있다. 구성과 스타일에서 고전 전통을 거절했다면, 평이하고 단조로운 작품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불후의 고전으로 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실낙원』은 단조로움을 피하고, 오히려 인류문화의 두 원류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합하여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기에 더욱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서양 고전 지식과 기독교 사상의 결합
『실낙원』은 서구의 문화 전통 전체를 재해석하고 되살리려는 시도다. 이 책에서 밀턴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유일신 신앙, 플라톤의 관념론, 호메로스의 신화학, 이탈리아의 인문학 등을 결합해서 우주와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서사를 만들어 낸다. 또한 루크레티우스의 우주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적 우주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적 우주관을 성경에 나오는 우주관과 결합하여 『실낙원』의 기본 틀로 삼았다.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천국에서 일어난 사탄의 ‘반란’과 에덴동산에서 일어난 인간의 ‘타락’이라는, 같은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두 사건을 축으로 삼는다. 두 사건을 ‘반역’이라는 주제로 묶어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를 뛰어넘어 천국과 지옥과 혼돈계를 포괄하는 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밀턴에게 『실낙원』의 세계는 단순히 현실과 동떨어진 종교의 세계나 신화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그 자체였다. 이것은 종교나 신화가 현실의 인간 경험을 포착해서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여러 상징과 비유를 통해 진리를 표현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렇게 해서 『실낙원』이라는 대서사시에서 지금까지 종교와 신화를 통해 표현된 진실은 여호와 하나님과 사탄과 여러 타락 천사들과 아담과 하와를 통해 생생한 현실로 부활한다.
CH북스 『실낙원』의 특징
CH북스는 더 많은 독자가 『실낙원』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귀스타브 도레의 명화 50점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판화 8점을 수록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낙원』 관련 명화 58점을 모두 실었다.
도레는 빈센트 반 고흐가 닮고 싶어 했던, 19세기 중반 가장 저명한 프랑스 화가이자 삽화가이며 조각가다. 그가 그린 『실낙원』 명화는 상상력과 묘사력이 뛰어나다. 빛을 통한 흑백 대비와 세밀한 묘사가 마치 실제 모습을 보는 듯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준다. 또한 한 점 한 점 스케일이 크고 장엄하여 이 대작에 극적 감동을 더하고, 독자들을 작품 속에 더욱 몰입시킨다.
화가로서의 천재성을 가진 블레이크는 『실낙원』 삽화로 유명하다. 이 책에 수록된 블레이크의 작품들은 그의 천재성만큼이나 독특함이 돋보인다. 기상천외한 형상과 엉뚱한 상상력으로 그려진 그의 작품들은 도레의 작품과는 색다른 감상의 묘미를 제공한다. 이처럼 58점의 명화는 독자들에게 문학 작품과 미술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또한 『실낙원』에는 성경, 그리스?로마 신화의 내용과 단어가 수없이 나온다. 그로 인해 신학과 신화, 역사 등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일반 독자가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CH북스에서는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난해한 구절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로 자세히 설명을 덧붙이고, 상세한 해제를 수록했다. 기독교 최고의 서사시이자, 영문학사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걸작으로 인정받는 밀턴의 『실낙원』을 통해, 기독교 문학의 진수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