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아침꽃을 저녁에줍다

아침꽃을 저녁에줍다

저자
루쉰
출판사
예문
출판일
2012-07-09
등록일
2012-11-14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276 Bytes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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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 보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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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약 0

책소개

새 살을 붙이고, 새 옷을 입혀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를 다시 내놓는다. 처음 이 책을 내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다. 편역자인 나로서는 기쁘고 고마운 일이었다. 루쉰 산문집 가운데 한 권을 통째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내 나름대로 골라 엮은 것들이라서 더욱 그러했다. 루쉰의 많은 글들 가운데 몇 편을 고른다는 것은 편역자인 나와 루쉰, 그리고 지금의 한국과 중국의 루쉰 사이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진행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바로 보는, 혹은 내가 편애하는 또 다른 모습의 루쉰이 탄생하고, 중국의 루쉰이 시공을 넘어 한국적 문맥 속에서 재탄생한다. 그런 노력이 독자들과 얼마간 소통한 것 같아 기쁘고 고마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나를 기쁘게 했던 것은 루쉰의 글들을 통해 우리 현실을 보다 잘 읽어낼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보다 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귀한 상상력과 지혜를 읽어냈다는 독자들의 격려였다. 루쉰은 말할 것도 없이 외국 작가다. 그런 루쉰이 근대 중국이라는 시공을 넘어 한국의 지평으로 들어와 외국 문학과 민족 현실이 제대로 만난 것처럼 여겨졌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렀고, 루쉰을 다시 불러낸다. 내게는 단순히 절판되었던 책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수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십여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참 많이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많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루쉰의 글들은 우리에게 세상을 읽는 어떤 새로운 시각과 독법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고민 속에서 변화된 한국 사회를 반영하여 몇몇 글들을 새로 뽑아 추가하였고, 몇몇 글들은 빠졌다. 다시 수록된 글들도 새롭게 번역을 가다듬었고, 과거 일부만 실렸던 글들은 전문을 복원시킨 가운데 새롭게 꾸몄다.
나는 요즘 한국의 독자들이 중국이나 일본 독자들보다 루쉰을 가장 잘 읽고, 루쉰의 의미를 제대로 발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중국처럼 루쉰을 신화 속에서 읽거나, 일본처럼 철지난 골동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우리 삶에 되비추어 루쉰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리영희 선생이나 전우익 선생 등이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루쉰의 글이 우리 사회와 삶을 반성하는 기제로서 읽혀온 것이고, 이러한 차원에서의 루쉰의 글과 사상이 지닌 현재성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루쉰’ 의 글과 사상이 우리 삶과 현실을 읽는 데 여전히 호소력을 지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루쉰은, 번역이란 남의 불을 빌어 자기 고기를 삶는 것이라 했다. 부디 이번 루쉰이라는 남의 불을 빌어 삶아낸 내 고기를 통해 지금의 한국 사회와 한국인들의 삶을 통찰하는 유익한 지혜를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처음 책을 내고 나서 루쉰이 고리가 되어 전우익 선생님을 만났다. 루쉰과 더불어, 루쉰과 대화하면서 세상을 읽어온 분이시다. 그동안 서울에 오실 때면 일본에서 나온 루쉰 관련 자료를 복사해 건네주시는가 하면,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치를 들려주시곤 하셨다.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간절히 빈다.
서문을 써주신 리영희 선생님, 새로운 시대와 루쉰을 접속시키기 위해 애쓴 예문의 식구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에 루쉰아포리즘을 담은 《희망은 길이다》 와 나란히 출간하게 된 것도, 전적으로 예문 식구들의 배려 덕분이어서 더더욱 고맙다.

-<편역자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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