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문화 읽기
영상문화가 문자문화를 위협하고 있고, 세상은 할 수 있는 온갖 것을 상품화하고 있다. 정보까지 돈받고 판다더니 심미적 정보, 즉 예술까지 문화산업이란 이름으로 훼손시키고 있다. 세계화란 미명하에 민족문화가 말살되고 있다. 일리 있는 일이다. 그런데 과연 그게 전부일까? 왜 그런가를 분석하고 규명하면서 나아가기 전에 우리가 딛고 있는 지금 여기를 비판만 하면 그것은 그 부정적 양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은 바보같이 그 사실을 모르는데 그래도 나는 비판할 수 있는 지식인이라는 엘리트주의의 알리바이를 얻는 것밖에 어떤 결론을 얻지 못한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현실은 어찌되었건 우리가 끌어안고 나아가야 할 소중한 그 무엇이다. 〈문학의 길찾기, 자리 넓히기〉
그런 의미에서 엄혹한 비판, 혹은 성찰적 비판에 앞서 성찰적 수용의 방향-세계화를, 상품화를, 영상의 폭격을 좀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유연한 축적과 심미적 성찰성〉
이 책은 이런 의도를 직접·간접적으로 지닌 글들을 모은 책이다. 등단이후 문학사상 10년간의 평론들 중 탈근대의 후기 산업사회의 징후들을 잡아내고, 이 세대에 문학이 나아갈 바를 일관된 시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먼저 영상문화의 대두, 세계화, 예술의 상품화, 대중문화의 경향들이 이제 전면화된 수준으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한다. 이 시인아래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는가의 근원을 바라보면서, 이 현상들이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야 바람직하겠는가에 골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