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공부 - 논어에서 찾은 인간관계의 처음과 끝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의 시대,
사랑하는 제자 안연을 잃고 공자는 이렇게 자문했다
“어떻게 사람답게 살 것인가?”
수천 년을 관통하는 인간관계론의 창시자
공자에게서 배우는 가장 위대한 지혜, ‘사람 공부’
사람보다 중요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논어》가 전하는 ‘사람다움’의 가르침
정보가 급속도로 전파되고, 온라인으로 빠르게 연결되며,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최첨단의 시대. 이토록 생활의 모든 면에서 편리함과 효율성이 추구되던 시절은 없었다. 그러나 오로지 물질과 이익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세상에서 사람에 대한 예의는 갈수록 실종되고 있다. 곳곳에 들려오는 전쟁의 소식이나 사회적 양극화, 약자에 대한 차별의 시선 등은 사람다운 삶의 길이 여전히 요원한 과제임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2,500여 년 전 ‘춘추전국’의 시대를 살던 공자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다. 나라와 나라 사이, 왕과 신하 사이, 백성과 백성 사이에 끊임없는 다툼과 분쟁이 일어나고 사람 간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공자는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자신과 뜻을 함께 하기로 한 제자들을 모아 ‘사람다움’에 대한 가르침을 전했다. 그리고 그가 사람들과 만나며 남긴 대화는 《논어》라는 위대한 고전으로 남아 지금까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사람과 세상을 꿰는 원리는 오직 하나에 있다”
나를 다스림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사람 공부’의 지혜
각자도생의 시대가 지속되면서 오로지 ‘출세’와 ‘이익’만을 위한 인간관계를 쌓는 것이 자기계발의 구호가 되었다. 이른바 ‘고전’으로 통하는 서양의 숱한 인간관계론 역시 사람을 자원으로 보고 나의 것으로 통제하기 위한 처세술로 소비되곤 한다.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되는 MBTI나 SNS 등의 도구는 온라인 세계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세계관을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이같이 나와 세상(타인)을 완전히 분리하여 후자를 통제하려는 사고방식과 달리, 공자는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고사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꿰는 원리는 오직 하나에 있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이는 사람(나)과 세상(타인)을 이해하는 지혜가 따로 있지 않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나를 돌아보고 바로세우는 것(충忠)’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마주하는 법(서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성誠은 이러한 ‘충’과 ‘서’의 가르침을 매개하고 이어주는 실천이자 삶의 방식이다. 끊임없는 성찰과 수련을 통해 자신의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는 것은 ‘사람됨의 완성’을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사람 공부》는 충忠, 서恕, 성誠이라는 공자의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2,500년 동안 이어져온 인간관계의 정수를 《논어》의 위대한 문장을 통해 끌어낸다.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로 동양고전 읽기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저자 조윤제가 현대인들에게 요구되는 ‘도구적 인간관계’를 넘어 인간사의 지혜로 통용될 수 있는 관계 맺음의 도道를 전한다.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헤아리는 ‘사람 공부’를 통해 다른 어떤 명예로운 것보다 소중한 ‘사람’을 판별하고, ‘사람’을 얻고, ‘사람’이 되는 지혜를 선사한다.
“진실한 사람은 의롭게 살 준비가 되어 있다”
충忠: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세우다
누구나 나이를 먹어가며 상황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어른의 지혜’를 갈구하기 마련이다. 공자는 우리가 마흔에는 얕은 술수에 현혹되지 않고, 오십에는 하늘의 뜻을 알아 어떤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같은 경지는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의지대로 사람을 부릴 수 있다는 태도에서 벗어나, 겸손한 배움의 자세로 일상의 모든 문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어른의 격이 시작된다.
충간의담忠肝義膽에서는 어른이 지닐 수 있는 배움의 자세란 무엇인지 소개한다. 구체적으로 공자가 자신의 조카였던 공멸보다 제자 자천을 높이 샀던 일화를 소개하며, ‘금수저’임에도 자신의 환경을 탓하던 공멸과 달리 ‘흙수저’ 자천은 바쁜 와중에도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며 군자의 도를 실천했음을 이야기한다. 충후지풍忠厚之風에서는 어른다운 삶을 위한 기준을 어떻게 세워나갈지에 대해 말한다. 이를테면 사람에 대한 감정의 기준은 오직 ‘옳고 그름’에 있어야 함을 말하며, 단지 나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선한 사람’을 좋아하고 ‘악한 사람’을 미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바르게 대하는 마음으로 남을 대하라”
서恕: 모든 인간관계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세상은 ‘나’라는 자아를 넘어선 수많은 타인들과의 ‘만남’으로 구성된다. 가족에서부터 친구, 스승, 선배, 후배, 직장 상사, 사장, 고객 등 인생에서 거쳐 가는 사회적 위치 속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얼굴을 한 타인들을 대한다. 그들과 관계를 맺는 일은 단순히 ‘나의 이익’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우주들과 맞부딪히고 깨지면서 다시 세워지는 과정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더없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서기서인恕己恕人에서는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 어떻게 사람을 얻는 일과 연결되는지 소개한다. 유능한 인물을 발탁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자산의 일화를 소개하며, 그도 오래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떻게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일러준다. 서이행지恕而行之에서는 더 나은 관계를 쌓기 위한 실천의 덕목에 대해 알려준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른 가르침을 준 공자의 사례를 들며,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완하거나 고칠 수 있는 능력이 나를 알고 사람을 대하는 지혜임을 밝힌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일이 풀린다”
성誠: 꾸준한 사람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공자의 가르침에 따라 철저하게 수양을 거듭한들, 이 모든 노력이 소용없다 싶을 정도로 우리는 삶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기도 한다. 공자 역시 사랑하는 제자 안연을 잃고는 ‘하늘마저 나를 버렸다’며 끝도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인류의 스승이기 이전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었던 공자는 그러나 ‘사람됨’의 도리를 배우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을 아끼는 마음을 지녔던 공자는 성誠의 자세로 자신의 생에서도 못 다 이룰 열매를 맺고자 제자 양성에 박차를 가했다.
정심성의正心誠意는 사람 공부를 지속하기 위한 마음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자의 계승자인 증자는 죽기 전에 군자의 세 가지 도로 몸, 얼굴, 말의 태도에 대해 강조했다. 다른 어떤 이상적인 가치보다 평상시의 생활 습관이 바로서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성감천至誠感天은 일상의 태도가 켜켜이 쌓일 때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음 이후나 사후세계를 논하기보다 현실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 공자의 가르침을 통해 오늘의 작은 정성으로 내일의 나를 만들어갈 것을 권고한다.
“나는 인생에서 거쳐 간 모든 사람을 스승으로 삼았다”
‘수정 가능한 인간’ 공자에게서 배우는 사람의 조건
그동안 수없이 언급되고 또 해석되어왔음에도 저자가 《논어》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인류사의 ‘위대한 스승’으로만 치부되며 이상적으로만 묘사되던 공자의 ‘인간적’ 면모를 그의 제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직하게 드러내고자 함이다. 공자같이 위대한 인간도 실수를 하고, 때로는 제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 끊임없는 배움을 통해 ‘수정 가능한 인간’이 되어야 우리는 사람 공부에 도달할 수 있고, 공자와 같은 ‘위대한 인간’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인간 공자가 황제, 제자, 농사꾼 등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얻은 지혜와 그에 대한 여러 해석을 전하는 이 책은 공자처럼 매일 성찰하는 삶이야말로 ‘사람다운 삶’의 첩경임을 이야기한다. 공자의 핵심 사상 ‘인仁’은 사람人 둘二 이상이 함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실천 가능한 철학이다. 경제위기의 시대, 사람으로 인해 불안하고 사람 때문에 고민인 이들에게 이 책은 삭막하고 어렵기만 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한 비책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