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스 크로싱
『스토너』『아우구스투스』 작가 존 윌리엄스의 마지막 한국어판 미출간 소설 『부처스 크로싱』드디어 출간
서부를 정면으로 다룬 완벽한 안티-서부극이자“고립된 자들의 혼란에 대해 다룬 우아하고 잔인한 명작”
1948년 『오직 밤뿐인』
1960년 『부처스 크로싱』
1965년 『스토너』
1972년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의 데뷔 중편소설인 『오직 밤뿐인』을 포함, 이번 『부처스 크로싱』 출간으로 그가 집필한 네 편의 소설이 드디어 한국어 번역판으로 모두 출간되었다. 『부처스 크로싱』은 덴버 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던 시절 존 윌리엄스가 발표한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에머슨의 자연주의 철학에 심취한 주인공 앤드루스가 캔자스 주 가상의 산골 마을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해 겪는 인간의 폭력성과 자연의 냉엄함, 그리고 반서구주의를 다룬 소설이다. 『스토너』와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아우구스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한 작품이었지만 가장 독특하고 힘이 넘치는 소설로 평가받으며 존 윌리엄스의 위대한 작품 세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1870년대 초,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에머슨의 자연주의에 빠진 하버드 대학생 윌 앤드루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가진 돈을 모아 서부로 향한다. 캔사스 산골 마을 부처스 크로싱에 도착한 앤드루스는 들소 사냥에 심취한 사냥꾼 밀러를 만나고 가진 돈을 그에게 모두 투자하고 로키산맥에 숨겨져 있다는 들소 떼의 은신처를 습격해 한몫 크게 잡아 보기로 한다. 밀러의 마초적 성향과 끝없이 베푸는 낙원과도 같은 대자연, 그리고 야생 생활의 매력에 빠진 앤드루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잔혹한 들소 사냥에 밀러는 미쳐가기 시작하고 앤드루스 역시 현실을 붙잡고 있던 인간성을 잃어가는 자신과 마주한다. 잔인한 살상 파티에 시간 감각까지 상실한 채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갈 길을 잃은 사냥꾼 무리들은 지옥과도 같은 산속의 겨울을 버텨내야 한다.
일평생 단 네 편의 소설만 발표한 존 윌리엄스 소설에는 하나의 공통점과 또 다른 차별성이 있다. 네 편의 소설 모두 인생의 변곡점을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데뷔작 『오직 밤뿐인』이 오로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짧은 이야기를 다룬 반면, 그로부터 12년 후 발표한 두 번째 소설 『부처스 크로싱』은 계절이 변하는 몇 달 동안의 경험을 다루고 있으며, 1965년과 1972년 출간된 『스토너』와 『아우구스투스』는 한 남자의 일평생을 서술했다는 것. 30여 년 동안 확장되는 인생의 경험을 작가의 눈으로 표현한 것만 같다.
자연의 무자비함 한가운데 놓인 『부처스 크로싱』의 인물들에게 낭만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영혼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어둠을 담은 이 이야기는 폭력의 시대에 대한 은유까지 담고 있다. 존 윌리엄스가 장편을 더 발표했다면 미국 문학의 판도는 새롭게 쓰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