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EBS 국제다큐영화제 한국 작품 최초 수상작
영화 <버블 패밀리>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
“영원히 부자일 것 같던 우리 집은, 망했다!”
‘K-장녀’이자 IMF키즈가 바라본 땅과 지독하게 얽힌 우리 가족,
요지부동산搖之不動産 패밀리의 흥망성쇠기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은 ‘땅’ 그러니까 ‘부동산’과 지독하게 얽힌 한 가족의 흥망사를 다룬 에세이다. 이야기의 바탕이 된 영화 <버블 패밀리>는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 작품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였다. 영화의 감독이자 책의 저자인 마민지는 이른바 ‘K-장녀’이자, 유년 시절 IMF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청년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때 도시 개발의 붐을 타고 부동산 사업으로 인해 ‘상류층’ 대열에 합류했었던 시절의 기억부터 갑작스럽게 마주한 경제적 몰락과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까지, 저자는 약 30년에 걸쳐 가족이 겪어온 흥망성쇠를 1980년대 한국의 도시개발사와 함께 엮어 신랄하고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날은 우리 집이 망한 날이었다.” 이야기는 저자가 초등학생이었을 적, 가장 강력하게 뇌리에 남은 어느 날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언제부턴가 잦아진 엄마와 아빠의 싸움, 집에 찾아와 아빠를 찾는 낯선 사람들, 이게 무슨 일인지 도통 이야기해주지 않는 부모님. 그러다 하루는 기어코 집의 모든 전기까지 끊어지고 만다. 어린 저자에게 이 모든 일들은 무척 혼란스럽다. 우리 집은 분명히 쾌적하고 풍요롭기만 했었는데. 넓은 신축 아파트에서, 고급 자동차를 타고, 자주 이웃들을 집에 초대해 대접하고, 백화점에 쇼핑을 다니는 게 일상이었는데. 순식간에 집은 작아지고, 생활비는 부족해지고, 사람들의 발길은 끊기며, 부모님의 사이는 냉랭해진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부모님은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이는 ‘부동산’과 관련된 일을 포기하지 못하고, 저자는 청소년 시절 내내 그런 부모님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오랜 시간 쌓여온 이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한 대학 수업의 과제를 통해 ‘구술생애사’로 부모님의 생애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게 된 것이다. 부모님이 언제 처음 부동산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인지, ‘집 장사’ 일은 어떻게 흥했다가 어떻게 망하게 된 것인지, 아직도 땅에 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두 사람의 입을 통해 생생히 듣는다. 구술생애사뿐만 아니라, 1980년대 당시 한참 부동산 개발 호황이었던 시대적 상황에 대한 논문, 기사, 사진 등의 역사적 사료를 통해 이야기의 배경을 촘촘하게 뒷받침하며 시대적 배경 속에 두 사람을 위치시키어 이야기를 직조해나간다.
성인이 되어 드디어 집으로부터 독립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또 다른 형태로 ‘집 문제’는 저자를 괴롭힌다. 학생이 감당하기엔 턱없이 비싼 월세에 환경마저 열악한 자취방을 옮겨 다닌다. 대학 공부를 하며 생활비와 월세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생활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진 부모님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주택 관련 지원 절차를 찾아보지만, 절차는 복잡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수는 한정되어 있으며 충족시켜야 할 지원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그렇게 언제나 반복해서 시련을 주고야 마는 ‘땅’과의 싸움을 끊임없이 이어나간다.
책은 단 한 가족의 이야기를 능란한 글솜씨와 위트로 풀어내고 있지만 사실 이 `땅`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buy) 집은 넘쳐나지만 정작 살(live) 집은 부족한 대한민국 부동산의 현실은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인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 건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