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 뇌를 스캔하는 신경과학의 현재와 미래
생각을 읽는 과학의 탄생!
인류에게 선사된 선물일까, 아니면 재앙일까?
현대 뇌과학을 향한 세계 최고 지성의 질문과 응답.
범죄를 저지르려는 의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잠재적 용의자를 사전에 체포해 범죄율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솔직한 선호도를 알 수 있다면, 제품 개선과 구매 유도에 활용하여 매출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상대방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은 인류의 오래된 욕망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룰 수 없는 헛된 망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현실로 가까워졌다.
《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은 뇌신경과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존-딜런 헤인즈 교수가 ‘생각을 읽는 기술’인 브레인 리딩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비롯해 브레인 리딩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 등을 대중적인 언어로 담아낸 책이다.
책에 따르면, 인류는 현재 뇌 활성 패턴을 통해 인간의 인식, 감각, 상상, 꿈, 기억, 감정 등을 어느 정도까지는 읽어낼 수 있다. 심지어 정신 활동 뒤에 숨은 수많은 무의식적 과정도 추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헤인즈 교수는 단순히 컴퓨터가 인간의 생각을 얼마만큼의 적중률로 알아맞히는지를 넘어선 지점까지 바라볼 것을 당부한다. 즉, “윤리적 차원에서 브레인 리딩의 잠재 위험성을 명확히 짚을 뿐 아니라, 기술적 차원에서 미래에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현실적으로 가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현대 뇌과학의 최전선을 탐험하는 지적 유희를 즐기면서도 ‘인간을 위한 과학’이 무엇인지 성찰하도록 이끄는, 쉽지만 깊이 있는 필수 교양 과학서다.
“생각을 완벽히 읽는 기계가 출현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브레인 리딩’이 가져올 놀라운 미래!
2017년, 페이스북(현재 이름은 ‘메타’)은 글로벌 개발자 회의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발표를 했다. 뇌와 컴퓨터가 직접 신호를 전달하는 체제인 ‘브레인-뇌 인터페이스(BCI)’를 통해 키보드 없이도 우리 뇌 속의 생각을 텍스트로 바로 입력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뉴스 매체들은 현대 뇌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에 감탄함과 동시에 개인정보보호와 사생활 침해와 같은 윤리적 우려를 더불어 전하며 신기술의 빛과 그림자를 두루 비추었다. 사실 인간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은 인류의 오래된 욕망이었다. 가령, 고대 중국에서는 용의자에게 혀 밑에 쌀알을 물게 해서 쌀알이 마른 채로 있으면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믿었다. 당시에는 거짓말을 하면 입안이 마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조악한 논리이지만, 인류 최초의 거짓말탐지기라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의 거대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읽어내려는 인간의 시도는 20세기까지 이와 같은 수준의 설익은 아이디어에 근거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가 열리면서 인류의 오랜 바람이었던 ‘생각 읽기’는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비약적인 도약을 했다. 바로 뇌과학이 기술적인 혁신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방식을 통해 뇌 활성 패턴을 컴퓨터로 분석, 학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은 소위 ‘브레인 리딩(Brain Reading)’이라고 불리는 분야의 기발한 실험들과 놀라운 결과들을 대중적인 언어로 담아낸 과학교양서다.
이 책의 저자 존-딜런 헤인즈는 영국과 독일을 무대로 활약 중인 뇌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자로 뇌신경과학을 통한 마인드 리딩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책 속에는 그와 그의 동료들이 뇌의 신호를 컴퓨터로 포착하여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해석해낸 연구의 디테일한 과정들과 결과들이 상세히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생각을 읽는 기계’의 실용화 가능성과 한계, 발전된 기술이 진정으로 향해야 하는 목표 등 과학의 윤리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도 던진다.
“브레인 리딩처럼 큰 관심을 끄는 주제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대감이 과도하게 높아져서, 실험 결과가 심하게 과장될 위험 말이다. 이 책은 오늘날 실제로 무엇이 가능하고, 도전 과제와 걸림돌은 무엇이며, 더 나아가 뇌과학과 브레인 리딩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리고자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무엇이 실현 가능한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으리라. 현재 생각을 침투하려는 시도는 아직 실험실에 머문다. 그렇다면 생각을 읽는 혁신적 기술은 언제 우리의 일상에 도달할까? 그 길에 놓인 장애물은 무엇일까? 과학은 아주 많은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과학은 언제나 바람직한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새로운 과학기술로 우리는 무엇이든 추구해도 될까? 이것은 과학을 다루는 책이 피할 수 없는 윤리적 질문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생각은 어떻게 생겨나고, 생각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엿보는 ‘창문’의 크기를 넓혀온 인류의 대담한 도전들
‘생각을 읽는 기계’는 뇌와 정신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일원론’적인 관점을 전제한다. 현대 뇌과학자들은 우리의 생각이 뇌의 860억 개 신경세포의 활성 패턴으로 코딩이 되었다면, 그것을 측정하여 그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보았다. 이때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서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든 신경세포의 활성을 포괄하려면 끝도 없이 많은 측정을 동시에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수많은 뉴런이 특정한 순간에 뇌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알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뇌 속의 모든 개별 신경세포를 측정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뇌 과정의 대략적인 개요라도 파악할 수 있다면, 한 단계 더 발전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경이롭게도 인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을 엿보는 ‘창문’의 크기를 조금씩 넓혀왔다. 두개골 표면의 전기신호를 통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뇌파를 측정하는 뇌전도(EEG)는 그 시초다. 1920년대에 개발된 이 기술은 이후 50여 년간 인간의 뇌 활성을 관찰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뇌 활성을 3차원으로 세세하게 촬영하는 기술들이 개발되었다. 양전자 단층촬영(PET), 자기공명 단층촬영(MRI), 기능적 자기공명 단층촬영(fMRI) 등이 그것이다. 이 책에 실린 대다수의 실험들은 fMRI로 촬영한 뇌 활성 패턴을 고성능 컴퓨터가 해독하여 얼마만큼의 적중률로 인간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내는지를 밝혀낸 실험들이다. 오늘날 브레인 리딩 기술은 fMRI의 도움으로 의식적 생각을 판독할 뿐 아니라, 정신 활동 뒤에 숨은 수많은 무의식적 과정도 추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실험 결과들에 따르면, 뇌 활성 패턴을 통해 인식, 상상, 꿈, 기억, 감정 등을 어느 정도까지는 읽어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통증이라는 감각을 느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뇌 활성 패턴을 컴퓨터가 학습하여 실제로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지 여부를 구별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뇌 신호를 통해 인간의 생각을 얼마만큼의 ‘적중률’로 알아내느냐보다 더 커다란 문제가 있다. 바로 판독의 목표가 무엇인지의 문제다.
100퍼센트 이하의 적중률이 과연 우리에게 유용할까? 그것은 코드 판독의 목표가 무엇이냐에 달렸다. 과학에서는 원칙적으로 우연한 수준 이상의 모든 결과는 유의미하다. 뇌의 한 영역을 판독할 때 적중률이 60퍼센트라면, 적어도 이 영역에 생각에 관한 어떤 정보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전혀 예기치 못한 뇌 영역에서 생각에 관한 정보를 발견한다면, 그곳에 몇몇 놀라운 일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 그러므로 우연한 수준을 약간 넘는 낮은 적중률도 기초연구에서는 매우 소중하다. 반면 응용 연구에서는 당연히 요구되는 사항이 기초연구와는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서는 최대한 높은 적중률이 필요하다. 60퍼센트 확률로 피고인의 거짓말을 밝혀내는 거짓말탐지기는 법정에서 사용되면 안 된다. 뇌전도 모자를 쓰고 인터넷 쇼핑을 하려면, 뇌전도 모자의 제품 분류 정확도가 열 번 중 여섯 번이 아니라, 100퍼센트여야 한다. 그러므로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기초연구가 일상에 활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언론 매체에서는 종종 삭제된 채 기사가 나간다. 그래서 실현 가능성이 아직 매우 제한적임에도, 사람들은 이미 ‘생각을 읽는 기계’를 꿈꾸게 된다. (7장 ‘생각 코드를 판독하는 컴퓨터’ 중에서)
“생각을 읽는 기계는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야 하는가?”
현대 뇌과학이 선도한 ‘브레인 리딩’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윤리적인 문제들
과학기술 자체는 윤리적인 잣대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그러나 진보한 과학기술을 어떠한 목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두고는 윤리적 차원에서의 판단이 필요하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일정 수준까지 인간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발전한 현대 뇌과학의 성취를 알려줌과 동시에 그것의 한계를 과학자의 언어로 객관적으로 짚어준다는 점이다. 특히 기초연구 수준의 내용만 가지고도 ‘인간의 모든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기계가 출현했다!’라면서 과도하게 들뜬 기대를 조장하는 저널리즘 특유의 태도를 헤인즈 교수는 여러 대목에서 우려하고 지적한다. 이러한 언론 매체의 과장된 전달을 바로잡기 위해 과학자들이 기술의 현실적 가능성, 한계, 모호성, 위험성, 윤리적 우려 등을 대중들에게 올바르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설파한다.
헤인즈 교수에 따르면 테크놀로지 억만장자이자 테슬라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나 트랜스 휴머니즘을 대표하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등이 꿈꾸는, 임의의 생각을 읽는 보편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아직 기술성숙도 1단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현재는 순전히 허구에 가깝다. 물론 이들의 전망이 미래의 언젠가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상용화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신체적 핸디캡을 가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인간의 사적인 사고 세계에 진입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허용될 뿐만 아니라 매우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브레인 리딩으로 알아낸 특정인의 사적인 정보, 이를테면 정치적 견해, 거짓말 여부, 감정 상태, 기억, 제품 선호도 등과 같은 뇌 데이터가 개인의 자유와 인신을 구속하는 일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브레인 리딩 기술의 악용을 막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은 기술적 진보와 올바른 윤리적 판단이 하늘을 나는 새의 양 날개처럼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일깨운다. 좋은 책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머리와 가슴을 두루 울리게 만드는 책일 것이다. 《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은 독서가 선사하는 두 갈래의 즐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현대 뇌과학의 최전선을 탐험하는 지적 유희와 ‘인간을 위한 과학’에 대한 성찰을 두루 하고 싶다면, 꼭 들춰봐야 하는 이 시대의 필수 교양 과학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