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동화
강이 있었다.
그 강은 머나먼 산에서 시작해 마을과 들판을 지나
마침내 사막에 이르렀다.
강은 곧 알게 되었다.
사막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그때 사막 한 가운데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사막을 건널 수 있듯이
강물도 건널 수 있다.’
강은 고개를 저었다.
사막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강물이 흔적도 없이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고
바람은 공중을 날 수 있기에
문제없이 사막을 건널 수 있는 것이라고……
사막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 바람에게 너 자신을 맡겨라.
너를 증발시켜 바람에 실어라.”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강은
차마 자신의 존재를 버릴 수가 없었다.
그때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언젠가 바람의 팔에 안겨 실려 가던 일이.
그리하여 강은 자신을 증발시켜
바람의 다정한 팔에 안겼다.
바람은 가볍게 수증기를 안고 날아올라
수백 리 떨어진 건너편 산꼭대기에 이르러
살며시 대지에 비를 떨구었다.
그래서 강이 여행하는 법은
사막 위에 그려져 있다는 말이 전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