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황량한 세상에서 길을 가다 길을 잃고 그 길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그래도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슬프게 세상이 다가온 날, 세상으로 도망치다시피 강원도의 어느 산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슬픈 노래가 시리도록 푸른 강원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 노래를 들으면서 빰으로는 눈물 몇 방울이 타고 흘렀습니다. 세상으로부터 패해 세상을 피하는 신세가 너무 초라하였습니다.
술을 취해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를 잤는지 모르지만 목이 말라 잠에서 깨었습니다. 밖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이었습니다. 무작정 밖으로 나와 산을 향해 걸었습니다. 어둠이 발걸음을 잡아채는 듯 하였고 아직 채 녹지 않은 눈(雪)이 나를 위태위태하게 하였습니다. 문득 어느 시인의 ‘밤이 아무리 깊어도 아침은 오는 것‘이라는 시구가 내 머리를 스쳤습니다.
어느덧 희미한 여명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세상은 이내 밝아졌습니다. 투명한 공기, 살을 에일 것 같은 차가운 바람, 신선하다 못해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풍경, 눈 내린 얼음 밑으로 흐르는 개울물, 세상의 어둠을 딛고 서는 햇살한 줌,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라는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 본 풍경인데 왜 그때는 못 느끼고 지금 이렇게 아름답게 느끼는 것일까?
경쟁 끝에 다시 경쟁, 비관과 실의의 나날, 미래에 대한 전망의 부재, 이런 것들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다가 삶의 끝에 와서 아직도 내게 남은 희망의 한 자락을 보았던 것입니다. 세상은 부정적인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그리고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순수의 시절에 읽었던 희망을 주는 시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요소 중에서 희망이 차지하는 자리는 너무 커. 만약 사람이 희망까지 버린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바다를 떠난 등 푸른 바다고기라면 죽는 그 날까지 바다를 꿈꾸어야 하듯이 사람들도 죽는 그 날까지 희망을 간직해야 해.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날개를 가질 수 있어. 그래, 이렇게 말하고 싶어. 시련을 겪는 자만이 더욱 푸른 아침을 볼 수 있다고...’
삶을 살아가면서 너무 힘들다거나 슬프게 느끼는 분들에게 이 시집을 드립니다. 비록 몇 편의 시일지라도 보석보다도 더 소중한 양식입니다. 만약 아직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면 분명 당신은 세상을 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