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조선 선비들의 산수 유람록을 소개하는 <산문기행>. 사료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모두 갖춘 선비들의 유산록을 선별하여, 옛 조상들이 행했던 산천 유람의 진정한 의미를 논하는 책이다. 총 35곳의 산을 소재로 한, 조선을 대표하는 선비들 54명의 유람록이 실려 있다. 특히 백두산, 묘향산 등 지금은 가볼 수 없는 북녘 명산들의 유람록도 소개하고 있어 우리 국토산하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이 책은 산문의 맛과 멋을 살린 충실한 번역뿐만 아니라 원문을 함께 수록함으로써 조상들의 기개와 정신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풍부하고 친절한 해설에, 각 산문에 어울리는 뛰어난 산수화와 지도 70여 점을 선별해 올 컬러로 담아 원문의 감동과 깊이를 더했다.
저자소개
심경호沈慶昊
1955년 충북 음성 출생.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일본 교토(京都) 대학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중국어학 중국문학) 수료, 교토 대학 문학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
제1회 시라카와 시즈카 기념 동양문자문화상 수상. 2006년도 학술진흥재단 지원 인문사회 분야 우수학자 선정.
저서로 『강화학파의 문학과 사상』, 『다산과 춘천』, 『한문산문의 미학』, 『조선시대 한문학과 시경론』, 『한국 한시의 이해』, 『한문산문의 내면풍경』, 『김시습평전』, 『한학입문』, 『간찰-선비의 마음을 읽다』, 『한시 기행』 등이 있음.
역서로는 『주역철학사』, 『불교와 유교』, 『일본한문학사』, 『금오신화』, 『당시읽기』, 『중국자전문학』, 『역주 우암 김주 문집』, 『역주 원중랑집』, 『한자, 백가지 이야기』 등이 있음.
목차
머리말
민족의 성산
높은 것은 낮음의 누적이고, 큰 것은 작음의 극치이다
백두산
산 정상에는 못이 있는데 사람 머리의 숨구멍과 같다
― 홍세태洪世泰, 「백두산기白頭山記」
백두산은 우리나라의 진산으로 아래 백성들이 우러러봅니다
― 서명응徐命膺, 「백두산 유람기遊白頭山記」
한라산
무등산과 한라산은 형제이다
― 임제林悌, 「남명소승南溟小乘」
원만하고 풍후한 봉우리가 가까이 이마 위에 있었다
― 최익현崔益鉉, 「한라산 유람기遊漢拏山記」
지리산
바람과 안개에 지쳐 나뭇가지가 왼편으로 쓰러졌다
― 김종직金宗直, 「두류산 유람록遊頭流錄」
운수雲水 속에 있을 때는 운수가 아닌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 조식曺植, 「두류산 유람록遊頭流錄」
허공에서 손을 흔들며 구름을 밟고 천지 사방을 아득히 바라보노라
― 양대박梁大樸, 「두류산기행록頭流山紀行錄」
금강산
금강산을 보면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 이곡李穀, 「동유기東遊記」
발연의 폭포에서 나뭇가지를 꺾어 물 위에 놓고 올라타고 떠내려가다
― 남효온南孝溫, 「금강산 유람기遊金剛山記」
누각과 전각이 날아갈 듯하며, 햇빛이 비치면 구름과 노을에 닿을 듯하다
― 이원李?,「금강산 유람록遊金剛錄」
이 봉우리로부터 내산과 외산이 구분되는데 내산은 모두 바위이다
― 홍인우洪仁祐, 「관동록關東錄」
이분은 우리 지명정소극원원회태청태부인이십니다
― 유몽인柳夢寅, 「풍악에서의 기이한 만남楓嶽奇遇記」
중향의 구역으로 방향 바꿔 들어가니 경지가 더욱 새롭다
― 김금원金錦園,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
북부의 산
남보다 더 걸은 십 리 길은 남보다 더 발견한 인생의 가치다
칠보산
먼 곳을 먼저 가고 가까운 곳은 뒤로 미루지 않다니 안타깝다
― 임형수林亨秀, 「칠보산 유람기遊七寶山記」
묘향산
누우면 우람하게 나를 굽어보고 서면 준엄하게 곁에 있도다
― 조호익曺好益, 「묘향산 유람록遊妙香山錄」
발로 물을 베자 폭포가 발톱 사이에서 일어난다
― 박제가朴齊家, 「묘향산 소기妙香山小記」
활달하게 사는 사람에게서 더러 이런 기특한 일이 나타난다오
― 이광려李匡呂, 「뇌옹사리찬瀨翁舍利贊」
천마산, 월악?송악
하늘이 바위 갈라진 틈에서 꺾여 구름 위로 솟아 있다
― 조찬한趙纘韓, 「천마산 성거산 유람기遊天摩聖居兩山記」
고려 오백 년의 울창한 기운이 여기에 다 모여 있는 듯하다
― 이정구李廷龜, 「송악유람기遊松嶽記」
중부의 산
오래 있을수록 더욱 기쁘고 보면 볼수록 시간이 부족하다
설악산, 화악산, 오대산, 치악산, 태백산
하늘과 땅 사이를 채운 것이 모두 산이다
― 정범조丁範祖, 「설악산 유람기雪嶽記」
밤이 깊자 바람이 온 산을 흔들며 으르렁거린다
― 홍태유洪泰猷, 「설악 유람기遊雪嶽記」
원근의 여러 산들이 미간 사이로 돌아온다
― 김수증金壽增, 「화악산 유람기遊華嶽山記」
앞 바위벽은 안개가 짙고 북쪽 시내는 오열한다
― 김효원金孝元, 「두타산일기頭陀山日記」
원근의 산과 봉우리들이 신처럼 옹호하고 있다
- 김창흡金昌翕, 「오대산기五臺山記」
화창한 봄날의 사물들이 모두 유유자득하다
― 안석경安錫儆, 「치악 대승암 유람기遊雉岳大乘菴記」
서 있는 나무들은 억센 바람과 싸우느라 그 소리가 허공에 가득하다
― 이인상李麟祥, 「태백산 유람기遊太白山記」
태재는 허구한 날 끼니를 거르고 도토리·밤 따위를 주워 자급하였다
― 허균許筠, 「원주 법천사 유람기遊原州法泉寺記」
경기도 삼각산, 서산(인왕산), 백운산, 운길산, 관악산, 운악산, 용문산, 계양산
텅 빈 골짜기에는 메아리가 잘 울린다
― 이덕무李德懋, 「북한산 유람기記遊北漢」
인걸은 이제 필시 여기에 있지 못할 것이다
― 김상헌金尙憲 「서산 유람기遊西山記」
산 아래 백성들이 나무 열매 줍느라 골짝에 가득하다
― 허목許穆, 「백운산白雲山」
동남쪽 여러 봉우리들이 석양빛을 받아 빨갛게 물들었다
― 정약용丁若鏞, 「수종사 유람기遊水鍾寺記」
신사神祠 곁 산석 사이 석굴에서 돌로 만든 노자老子를 보았다
― 허목許穆, 「감악산紺嶽山」
고쟁이가 뾰족한 부분에 걸려 찢어져도 안타까워할 틈이 없었다
― 채제공蔡濟恭, 「관악산유람기遊冠岳山記」
운악산에서 사냥 끝에 석양을 바라보다
― 성대중成大中, 「운악에서 놀며 사냥한 기록雲岳遊獵記」
나는 비로소 개고 흐림이 한결같지 않고 높고 낮음이 일정치 않음을 깨달았다
― 김윤식金允植, 「윤필암에서 멀리 조망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