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임신·출산에 관한 뜨거운 논의를 불러일으켰던 트위터 ‘임신일기’의 계정주 송해나의 첫 에세이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2018년 철저히 계획해 임신을 했지만 막상 임신기를 겪으며 자신이 임신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으며 그동안 많은 임신·출산 경험이 가려져 있었다는 것, 또한 여성의 재생산권이 여성에게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음을 깨닫고 말할 곳이 없고, 들을 데가 없어 직접 임신한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 저자가 써내려간 임신일기를 만나볼 수 있다.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10개월 동안 써내려간 사회가 요구하는 모성의 관점이 아닌, 주체적인 한 여성이 맞닥뜨린 임신기의 기록은 뜨거운 반응과 지지를 불러일으켰다. 경험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해 저자에게 조언과 응원을 건넸고, 비임산부들은 임산부들이 겪는 현실의 실상에 놀라워했다. 반면 혹자들은 이 기록을 임신 괴담이라고 말했다. 저자가 만들어낸 망상 또는 픽션이라고 했다.
한국의 30대 여성. 남편과 의논 후, 계획 임신에 성공했지만 임신 테스트기에 붉은 두 줄의 선이 뜬 순간부터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임신호르몬 때문에 졸렸고, 지쳤고, 울렁거렸다. 사타구니는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아팠고, 밤중에는 배를 잡고 굴렀다. 입덧이 끝나자 자궁이 커지면서 골반 인대를 압박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병원을 들락날락하기도 수차례였다. 일을 하다 갑자기 태동을 느끼면 기쁘다기보다는 불편했고, 출산을 앞두고는 질구부터 항문까지 절개를 했고, 무통주사를 맞아도 강도 높은 자궁수축은 계속됐다. 죽을 것 같던 출산을 완료한 후, 엉엉 울었던 이유는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저자는 엄마라는 단어 뒤에 숨겨져 있던 여러 형태의 임신기 상황이 더 많이 이야기되고 퍼져나가 사회 전체가 여성들을 재생산의 도구로만 보지 않고 이들의 선택과 삶, 목소리를 존중해주기를 바라며, 임신 여성을 향한 폭력적 시선과 미비한 제도적 지원이 개선되어 사회가 강요하는 모성에 여성들이 괴롭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또 임신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공개되어 이를 토대로 모든 여성이 진정으로 임신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