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심리학
우울증, 강박 장애, 관계 중독에 고통받던 심리학자가
자전적 체험과 연구를 통해 터득한 무기력을 떠나보내는 법
생생한 경험담과 최신 심리학 정보가 가득 담겼다. 저자가 걸어왔던 여정과 거기서 얻은 지혜를 용기 있게 공유한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
? 리처드 C. 슈워츠,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당신의 평일 하루가 끝나 간다. 직장 일이든, 가정 일이든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냈다. 이제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원래 계획은 동네 한 바퀴를 뛰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힘들었으니까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약간의 자괴감이 들겠지만 당장은 소파에 눌러앉아 좋아하는 과자봉지를 뜯어놓고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몰아보기로 한다.
당신은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직장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배웠고 이제는 미래를 위해 이직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보상받는 느낌을 못 받거나 활력이나 목적의식을 더는 느끼지 못하면서도 단지 지금의 일자리를 떠나기가 두려워 망설이고 있을지 모른다. ‘일자리는 나중에 알아보고 이번 주는 어떻게 견뎌보자’ 하고 말이다.
당신은 안 좋은 인간관계가 고민일지도 모른다. 음식이나 체중 문제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해야만 해. 그런데 왜 의욕이 안 나지!’라는 식의 자기 판단의 늪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이든 계획한 일과 실제로 하는 일 사이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빠져있다면 무기력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수치심이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나는 도대체 왜 이 모양이지?”
그러나 무기력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심리학자가 있다. 바로《무기력의 심리학》을 쓴 브릿 프랭크다.
불안, 중독,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는 첫걸음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20대의 대부분을 극심한 무기력에 시달리며 살았던 저자는 임상 심리학이자 심리 치료사로서 자신의 내면을 분석하고,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무기력의 실체와 원인,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법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했다. 무기력에 대해서라면 내부 고발자이자 치료사인 셈이다.
브릿은 무기력에 벗어나고 싶다면 문제의 원인은 자신에게 돌리는 것부터 그만두라고 말한다.
무기력은 결코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은 게으르지도 미치지도 않았다. 약하거나, 둔하거나, 맛이 가거나, 결점이 있거나, 의지가 부족한 탓도 아니다.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 포기한 자기 보호 계획, 버려버린 할 일 목록, 방치한 목표 뒤에는 다른 무언가가 숨어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이 책은 그 숨어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무기력, 불안감을 해결하는 법을 다룬다. - 들어가며 중에서
뉴욕 출신으로 듀크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겉으로 보이는 경력과 달리 20대의 대부분을 마약성 진통제, 단 것들, 관계 중독, 자기 부정 사이를 오가며 극심한 무기력에 시달렸다. 한때 컬트 종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참석한 심리상담 모임에서 만난 상담가의 한마디에 힘을 얻게 됐다. “당신은 미친 게 아니에요. 당신 잘못도 아닙니다.”
대학으로 돌아간 그녀는, 심리학을 보다 깊게 공부하면서 가장 끔찍한 정신 질환도 내밀히 살펴보면 질환이 아니라 신체가 작용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을 옥죄던 불안의 실체를 이해하게 되자 병원에서 그녀에게 내렸던 우울증, 경계성 인격 장애, 섭식 장애, 2형 양극성 장애를 모두 극복하게 된다.
저자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다양한 내담자를 만나면서 한 가지 발견을 하게 된다. 그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지만, 한 꺼풀 들여다보면 자신을 괴롭히는 불안감, 무기력, 중독의 원인을 제대로 대면하지 못했다. 대신 무력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부족으로 돌리고, 결핍된 부분을 타인과의 관계나 음식, 약물 등으로 채우려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결국 반복된 실패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무기력을 강화했다.
원인 없는 사건이 없는 것처럼, 원인 없는 감정은 없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한 감정에 계속 휘둘릴 수밖에 없다. 자기 본연의 모습을 믿고, 무기력을 ‘치료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로 받아들여야 삶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무기력의 늪에서 벗어나 삶의 중심을 잡고 싶은 이들을 위한 내면의 심리학
저자는 책에서 무기력을 이해하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다양한 내담자들과의 만남, 자신이 겪었던 경험담을 통해 구체적이며 세밀하게 소개한다.
1장에서는 무기력의 에너지가 되는 불안감을 치료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를 알려주는 ‘경고등’으로 바라보라고 말한다. 불안감은 자신의 내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외부적인 위협을 알려주는 신호등이며 이를 제대로 인지하면 무기력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2장, 3장에서는 인간의 뇌가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 이유를 최신 심리학 이론으로 풀어내고 논리가 아니라 신체의 감각을 활용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한다.
4장에서는 누구나 백 개의 인격을 가졌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며, 본인의 어두운 면을 이해하고 읽어내야 자신을 괴롭히는 심리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3인칭 대화법과 자기 양육의 기술을 통해 자신의 심리를 읽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5장에서 7장까지는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외부적인 요인을 다룬다. 유년기의 우정과 다른 성인의 우정과 사랑을 이해하고, 적당한 거리두기를 통해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을 알려준다. 평생 사랑과 상처를 주고받는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례와 관계 개선법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관계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려준다.
8장에서 10장까지는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로막는 다양한 중독과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는 법과 진정한 어른(내면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을 모색한다.
이처럼 저자는 자신의 내면을 읽고, 타인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생활을 바꾸는 법을 제시한다. 무기력에 빠져 꼼짝달싹 못하는 사람들이 삶의 주도권을 잡고, 머릿속의 전쟁을 멈추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