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멍울
2009년 종이책 출간작입니다.
차가운 열정을 지닌 여자와 뜨거운 냉정을 지닌 남자.
갈색과 청회색이 뒤엉킨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관계.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감정이 결국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널 안은 지 오늘로 삼 년째. 너 매년 너무 무심하다. 모른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거야?”
“참 다정도 하네요. 난 몰랐어요.”
“어떻게 모를 수 있지?”
도균의 정말 의아하단 말투를 비웃듯 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꼭 알아야 하나요? 당신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기억하라고.”
기억하라고, 섹스를, 관계를, 변화를, 전부 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조차 모두 기억하라고.
도균은 그 뒷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처음이란 특수를, 기억해 주는 게 예의 아니겠어?”
“그렇다고 날짜까지 기억해야 해요?
난 그런 당신이 더 이해되지 않아요, 그날을 어김없이 기억하는 당신이.
난 오래전이라 어렴풋이도 기억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