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연가
최초의 여성 탈북작가 김유경의 한국문단 데뷔작
그들에게도 꽃 같은 시절이 있었다
꽃 같은 시절을 잃어버린 북의 청춘들이
이 소설을 통해 다시 돌아온다
이 소설은 탈출과 도망으로 얼룩진 삶을 살아온 탈북자 선화를 중심으로, 안타깝게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아 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북한 최고 엘리트인 대학교수의 딸이자 중학교 수학 교사였던 선화는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탈북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녀는 잘못하여 중국인에게 팔려가 수년간 갖은 학대를 겪는다.
결국 도망쳐 남한으로 들어온 선화는 이후 하나원에서 만난 복녀, 경옥 등과의 애틋한 우정, 학생 때부터 자신을 마음에 품어온 성철과의 만남 등을 통해 낯선 사회에서 새로운 자신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이 기다리고 있는데.
작가 김유경은 2000년대에 탈북했다. 낯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든 중에도 매일 2~3시간씩 노동하듯이 끊임없이 작품을 써왔다. 조선작가동맹에 소속되어 북한에서 정식 활동을 하던 작가가 남한에 들어와 창작소설을 발표한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 여성 작가로는 처음이다.
김유경은 기존의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이념과 고통의 무게에 가려져 있던 탈북자들의 맨 얼굴을 드러낸다. 그동안 목소리 없는 존재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현재진행형인 민족사적 비극을 일깨우며 우리가 진정으로 함께 울어야 할 아픔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프로필이 없는 작가의
뜨겁고 감격적인 첫 장편소설
국내외를 막론하고 탈북자의 고난을 소재로 한 소설은 많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탈북자 수기도 많다. 하지만 조선작가동맹에 소속되어 북한에서 정식 활동을 하던 작가가 남한에 들어와서 창작소설을 발표한 경우는 이번이 두 번째. 여성 작가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낯선 문화와 언어 환경에서 낯선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뜨거운 창작욕과 동료 탈북자들에 대한 의무감으로 마침내 작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그리도 간절히 원했던, 자신의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 감격적인 순간에도, 그는 차마 자신의 본모습을 밝힐 수가 없다. 북에는 두고 온 가족이 있고, 탈북자의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은 너무 크다.
“나는 프로필이 없다. 나의 몸 절반이 아직 북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실명은 물론 나의 과거 행적을 밝힐 수 없으며 숨어서 간신히 손만 내밀고 세상에 이 소설을 보낸다.”
고통과 이념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꽃 같은 시절을 회복한다
이 소설은 탈북자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다고, 그래서 불쌍하다고, 선전적으로 일반화하여 우는 소리만 내뱉지는 않는다. 소설은 정형화되어 있던 탈북자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캐릭터들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그들의 진짜 얼굴을 찾아준다. 예들 들어 탈북자 중에는 공안에 적발당할까 숨어 지내다가 중국인에게 인신매매를 당해 갖은 고생을 다하다 탈출한 경우도 있고, 브로커에게 많은 돈을 뿌려가며 비교적 편하게 탈북하는 경우도 있다. 이 소설은 같은 탈북자라도 서로 다른 두 그룹이 반목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는 과정도 다양하게 그려진다. 조그만 회사에 취업하여 고군분투를 하는 삶, 노래방 도우미로 살아가는 삶,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삶과 자신의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삶, 사기를 당하는 삶과 좋은 남자와 결혼을 하는 삶 등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가까이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고통과 이념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꽃 같은 시절을 회복하려 애쓴다. 그들이라고 왜 청춘의 떨림과 사랑에 대한 설렘이 없었을까. 도망치느라 그 시절을 모두 빼앗겨버린 이들은 왜 지금이라고 다시 청춘으로 되돌아가지 못할까. 《청춘연가》는 미처 꽃피우지 못했던 청춘의 연가를 되찾는 이야기이다.
우리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이야기
《청춘연가》의 첫 장면은 남도 북도 아닌 하나원에서 시작한다. 어렵게 탈북에 성공하여 제3국을 거쳐 남한으로 들어서기 직전의 이 정거장 같은 공간에서 이들은 평생 서로 의지하게 될 친구들을 만난다. 주인공인 선화를 비롯한 탈북자 여성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이들의 삶이 고난과 어려움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결코 절망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화는 결코 자기 삶의 구원을 피가 섞인 가족이나 자신만을 사랑하는 멋진 남자에게 기대지 않는다. 희망은 복녀와 경옥 등 함께 하나원 생활을 한 여성들과의 우정에서 꽃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복녀의 순댓국집은 그런 여성 공동체를 상징하고 있는 공간이다. 누구나 마음 놓고 드나들며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탈북자들끼리만 어울리는 닫힌 공간도 아니다. 복녀의 걸쭉한 입담을 듣고, 맛 좋은 순댓국을 먹기 위해 많은 남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탈북자들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남한 사회 속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과정이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청춘연가》는 탈북자를 소재로 한 여느 소설과 달리 어두운 과거에만 붙들려 있지 않는다. 이 소설은 바로 지금, 현재의 독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들은 우리 바로 곁에 있으며, 우리와 함께 살아갈 동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