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전
이화여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경장편 소설 공모인 <이화글빛문학상>의 제3회 수상작이다. 소설 쓰기를 통해 세상에 발칙하게 맞서려 하는 조선 시대 과부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조선 후기에 가상세계의 유토피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 여성 영웅 소설들이 집중적으로 생산되었고, 그러한 작품들이 모두 ‘작자 미상’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데에서 이 소설을 착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글쓰기 주체로서의 여성과 여성에 대한 성적 기율 문제를 뚜렷하게 부각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 줄거리
과부인 연화는 사는 것이 지겹다. 연화에게 연정을 품은 시동생 연균은 계속해서 추파를 던지고 시댁에서는 연화를 죽여 열녀 표창을 받을 계획을 세우지만 그녀는 동요하는 것조차 귀찮다. 유일한 낙은 안채의 여자들이 빌려온 소설책을 몰래 가져와 읽는 것인데 이제는 그것도 지루하다. 직접 소설을 쓰고 싶지만 용기는 나지 않는다. 연화는 그저 집안 깊숙이 위치한 안채의 뒤뜰에 거주하며 조용히 죽을 날을 기다릴 뿐이다.
남편이 죽은 지 십 년째 되던 날, 연화는 시어머니가 건네준 은장도를 들고 남편의 위패를 모셔둔 절을 찾게 된다. 연화를 뒤쫓아 온 시동생 연균이 우여곡절 끝에 연화를 겁탈하려 하지만 이를 목격한 심간지당과 춘삼에 의해 구출된다.
심간지당은 자신이 운영하는 비밀 과부 조직인 청운계에 연화를 영입한다. 낮에는 유학 서적을 파는 20년 수절과부지만 밤에는 화려한 다래머리를 올리는 이상한 여자의 집에서 연화는 평생의 숙원이었던 소설을 쓰게 된다. 소설의 표지에 작자 미상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넣은 연화의 소설은 나무활자로 인쇄되어 세간에 유통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