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숱한 낙담 끝에 오는 다짐들,
그럴 수밖에 없는 최종의 마음들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시편들로 우리 마음의 경계를 흔들어온 이병률 시인이 다섯번째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7)를 펴냈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에 골몰하며,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해가는 뜨겁고도 명확한 인식의 순간들로 주목받았던 『눈사람 여관』(2013) 이후 쓰고 발표한 시 60편을 묶고 있다.
감각과 감정의 날을 최대치로 벼려낸 언어들로 가득한 이번 시집에서 이병률은, 믿음에서 비롯한 사람의 자리를 묻고 또 묻는 일, 어쩌면 사랑과 가까워지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그의 시는 대단한 결기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고 냉소나 환멸로 손쉽게 치환되어 있지도 않으며, 그래도 그럭저럭 살 만하지 않으냐 눙치려 들지도 않는다. 낙담의 자리에서 지탱하려고 힘을 모으는, 은은하고도 든든한 모습으로 그는 서 있다”(시인 김소연).
저자소개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그날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과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가 있으며,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 발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어들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에 끌려 중고카메라를 샀고 그 후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 사람 속에 있는 것, 그 사람의 냄새를 참지 못하여 자주 먼 길을 떠나며 오래지 않아 돌아와 사람 속에 있다. 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실이 존재하므로 달라지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전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사물에 죽도록 약하며 한번 몸속에 들어온 지방이 빠져나가지 않는 체질로 인해 자주 굶으며 또한 폭식한다. 술 마시지 않는 사람과는 친해지지 않는다. 시간을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되었으며 정상적이지 못한 기분에 수문을 열어줘야 할 땐 속도, 초콜릿, 이어폰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하나 간혹 당신에게 일방적이기도 하다.
목차
시인의 말
Ⅰ
살림 9
사람 10
사람의 자리 12
여행 14
이구아수 폭포 가는 방법 16
이토록 투박하고 묵직한 사랑 18
사랑의 출처 20
그 사람은 여기 없습니다 22
있지 24
내시경 26
11월의 마지막에는 27
노년 28
반반 30
사람의 재료 32
파문 34
목마들 36
담장의 역사 38
설산 40
정착 42
사람이 온다 44
Ⅱ
몇 번째 봄 49
청춘의 기습 50
마음 한편 52
지구 서랍 54
두 사람 56
호수 58
새 60
밤의 골짜기는 무엇으로 채워지나 62
염려 64
불화덕 66
미신 68
가방 70
시를 어떨 때 쓰느냐 물으시면 72
여름은 중요하다 74
소금의 중력 76
수색역 78
어제까지의 풍경 79
고독의 작란 80
왜 그렇게 말할까요 82
무엇을 제일로 84
Ⅲ
탄생석 89
인명구조 수업 90
생활이라는 감정의 궤도 92
동백에 새 떼가 날아와서는 94
내가 쓴 것 96
후계자 98
사는 게 미안하고 잘못뿐인 것 같아서 100
이별의 원심력 102
이 넉넉한 쓸쓸함 104
직면 106
당신은 사라지지 말아라 108
새벽의 단편 110
얼음 112
집게 113
해변의 마지막 집 116
다시 내어나거든 117
횡단열차의 저편 118
비를 피하려고 121
좋은 배치 122
착지 124
발문|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_김소연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