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타이 교육학 선집
이 책은 딜타이 ≪전집(Gesammelte Schriften)≫ 중에서 교육학 관련 부분을 발췌·번역한 것이다. 철학, 역사학, 문학 등 인문학의 모든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딜타이의 경우 교육학을 따로 분리해서 고찰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이 책에서 교육학을 주제로 설정한 것은 표면적으로 교육 혹은 교육학과 관련된 딜타이의 글을 한데 묶은 것에 불과하다. 그의 교육과 교육학을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이 되는 정신과학과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독자들에게 딜타이는 교육학자로서보다는 철학자, 역사학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독일 교육학을 접해본 사람은 딜타이가 교육학의 발전에 얼마나 커다란 공헌을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18세기 헤르바르트와 슐라이어마허에 의해 교육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될 수 있었지만 경험과 사변, 연역과 귀납의 조화를 보다 정교화할 수 있었던 것은 딜타이의 공으로 돌릴 수 있다. 딜타이 생존 당시 그의 교육학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딜타이 사후 그의 전집이 발간되면서 1920년과 1930년대 놀(Nohl, 1879∼1960), 리트(Litt, 1880∼1962), 슈프랑거(Spranger, 1882∼1963)와 같은 독일의 학문적 교육학의 대표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놀이 주로 딜타이의 역사적 해석학적 방법론에 관심을 가진 반면 리트는 딜타이의 정신과학 이론과 역사적 세계에, 슈프랑거는 딜타이의 심리학을 계승하여 발전시켰다. 딜타이의 교육 사상을 정신과학적 교육학으로 승화시키는 데 공헌한 학자들은 주로 놀과 사승 관계에 있었던 베니거(Weniger, 1893∼1961), 플리트너(Wilhelm Flitner, 1889∼1990), 볼노(Bollnow, 1903∼1991) 등이다. 1960년대 이후 적어도 1990년대까지 베니거의 제자들로서 독일 교육학을 주도했던 블랑케르츠, 클라프키, 몰렌하우어 등도 딜타이의 정신과학적 교육학에 기반을 두고 비판 이론을 수용하였던 점을 보더라도 사상적 원류로서 딜타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하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딜타이의 교육학에 관한 중요한 문헌들이 번역됨으로써 지금까지 딜타이 학파나 그 계승자들에 의한 간접적 이해를 넘어 사상적 원류에 직접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