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짧은 생애 상권

짧은 생애 상권

저자
편집부
출판사
문예마당
출판일
2006-06-14
등록일
2006-06-14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398 Bytes
공급사
북토피아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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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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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파르게 뻗어 오른 계단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숲 속으로 이어졌다. 언덕바지에 드러누운 대강당이 보인다. 한 시간 전만 해도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으로 들끓던 대강당은 어둠에 묻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바람이 언덕에서 내려오자 숲이 떨었고 나뭇잎이 눈앞을 가린다. 계단 중턱에 파리한 가로등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가로등 빛에 드러난 계단이 창백하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낙엽만 계단을 구른다. 그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학생 회관에서 나오는 학생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밤바람을 타고 귀에 들어왔다. 교문으로 내려가고 있는 학생들의 그림자가 드러났다 사라졌고, 그 너머에는 도시의 불빛이 출렁거리고 있다. 눈을 찔러오는 도시의 불빛이 어지러웠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쓸어내자 터져 나갈 것 같던 대강당의 함성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봉순이들이 흔들어대는 깃발이 어른 어른거린다. 인덕은 조합원들과 손을 맞잡고 무대로 뛰쳐나간다. 몸을 잇대어 둥글게 벽을 쌓고 한 발 한 발 전진한다. 무대 뒤에서 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 하는 함성과 더불어 몽둥이와 발길질을 내지르며 우르르 달려나온다. 조합원들과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정문을 향해 행진하던 인덕은 무대 중간에서 걸음을 멈춘다. 객석을 향해 돌아서서 주먹을 휘두르며 구호를 외치고 다시 노래를 부른다. 그들의 노래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들이 우당탕거리며 무대를 뛰어다닌다. 사내들은 몽둥이를 움켜쥐고 인덕이들을 에워싸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원을 그리며 미친 듯이 함성을 지르며 날뛰던 사내들이 일순간 돌덩이처럼 굳은 채 움직일 줄을 모른다.

무대의 조명이 어두워지고 봉순이가 깃발을 치켜세운 채 서서히 몸을 움직인다. 물살을 헤쳐 나오듯 봉순이는 조합원들을 뒤로 하고 느리게 무대 앞쪽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깃발을 흔든다. 춤추는 깃발을 따라 조명이 물결친다. 깃발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미끄러지듯 나아가던 봉순이 쓰러진다. 금속이 뛰쳐나가 봉순을 일으켜 세운다. 그 위로 한 무더기가 되어 봉순의 뒤를 따르는 조합원들.

어둠에 잠겨있던 무대 뒤가 서서히 밝아온다. 조합원들을 둘러싸고 있던 사내들이 상체를 반쯤 숙인 채 무릎을 앞세워 돌진해 온다. 쿵! 쿵! 쿵! 사내들의 발소리가 무대를 울린다. 무대 전면이 밝아졌다. 사내들의 걸음이 빨라진다. 몽둥이가 우뚝 솟는다. 봉순이 쓰러진 깃발을 간신히 일으키는 순간, 사내들의 함성이 동시에 터졌다.


- 본문 중에서미대에 다니는 운동권 여학생 서인덕의 고뇌하는 삶을 그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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