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푸른 지느러미

푸른 지느러미

저자
편집부
출판사
동인
출판일
2006-06-14
등록일
1996-05-0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444 Bytes
공급사
북토피아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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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 보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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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약 0

책소개

♣ 그 여자의 방


눈을 떴을 때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두통과 함께 심한 갈증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다도 내 의식 세포를 자극하고 있었다. 잠시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여자의 방에선 아무런 기척도 들려 오지 않았다. 가만히 누워 있거나 잠을 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았다. 여자는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가 어느 거리를 헤매고 있거나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지하도 입구쯤에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하나 하나 전단을 나눠주고 있으리라. 혹시나 하는 한 가닥의 기대가 실려 있는 전단을.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나는 거실의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내 몸에 담요 한 장이 덮혀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내가 담요를 꺼내다 덮은 기억은 없고, 소파에 누운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그러므로 소파에 누운 것은 내 스스로 했다 할지라도 담요를 덮은 것은 여자의 짓임이 분명했다. 가끔씩 내가 술취해 들어와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면 여자는 담요를 덮어 주곤 했으니까.

담요를 걷어 내고 몸을 일으키자 두통과 갈증은 더욱 심하게 밀려왔다. 견딜 수 없도록 속이 쓰려 오는 것도 물론이었다. 탁자 위에 물이 한 컵 접시에 받쳐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것도 여자의 짓이리라 생각하며 나는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단숨에 컵을 비우고서 시계를 들여다보았을 때는 어느덧 열 한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한 컵의 물이 위 속에서 겉도는 느낌이고, 두통과 갈증과 속쓰림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드링크제와 알약 따위라도 삼켜야만 될 것 같았다. 아니, 드렁크제와 알약이라 하더라도 가만히 누워 있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는 것을 나는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하여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여자가 나간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나는 여자의 방문 가까이 가 귀를 기울여 보고 현관의 신발들을 살펴보았다. 여자가 나간 것은 확실했다. 일부러 기침을 해도 여자의 방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었고, 요즈음 거의 매일이다시피 신고 다니는 굽 낮은 검정색 구두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요 앞의 슈퍼나 과일가게 같은 델 간 것이라면 벌써 들어왔을 것이고, 굽 낮은 검정 구두가 아니라 샌들을 신고 나갔을 것이다. 오래 되고 밑창이 다 닳아빠진 그 샌들은 현관 한쪽 구석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집안에 여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거실로 돌아와 다시 소파에 누웠다. 속쓰림과 두통은 계속되었다.

나는 속쓰림과 두통을 달래며 멀건한 시선을 들어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창밖엔 마악 시작된 겨울이 머물러 있었고, 여름의 이 시간이면 겨우 베란다에 걸리곤 하던 햇빛이 이제는 각도가 낮아져 거실 깊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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