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릴케의 사후에 출판된 서간집은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릴케 자신의 본질과 사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작품. 그의 방대한 편지 중에 이 책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릴케의 정신 세계에 영향을 끼쳤던 몇 명의 여인들에게 보낸 편지만을 골라 묶었다.

당신이 듣고 있는 것은 오직 나의 발소리뿐입니다.
나의 그 발걸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게 누구를 향해 다가가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나의 얘기만이 커다란 강물이 되어 언젠가는 당신의 내부로, 당신의 귓속으로, 당신의 깊은 정적으로 흘러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기도요, 소망입니다. 불안할 때나 동경에 몸에 떨거나 기쁠 때, 무엇이든 감싸주고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면 언제나 소망하는 나의 기도입니다. 나의 삶이 지금은 비록 보잘것없이 잡초만 무성한 들판이라 해도, 내가 그것을 당신께 얘기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이루어질 것이며, 결국 소망대로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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