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 - 동물의 기억, 상상력, 의식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 - 동물의 기억, 상상력, 의식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

저자
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4-08-08
등록일
2024-08-20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3KB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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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의 자취가 전혀 없는 세계가 있다.”
동물의 꿈에 대한 과학적 증거

동물도 인간처럼 꿈을 꿀까? 이 흥미로운 궁금증은 오랜 시간 우리를 사로잡았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사람들은 오직 인간만이 꿈을 꾼다고, 동물은 결코 인간만큼 고등하지 않다고 믿었으니까. 인류는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에야 그간 인간만 가졌다고 여겼던 여러 정신 능력을 동물도 가졌을 거라고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동물이 꿈을 꾼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그간의 다양한 과학 실험을 전기생리학, 행동학, 신경해부학 등 세 개의 범주로 나누어 보여준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노래를 부를 때 보여주는 뇌 활동 패턴이 수면 상태에서 일정 기간 보이는 패턴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려준 금화조 연구나 잠을 자면서 손동작을 통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수화를 배운 침팬지의 이야기, 또 REM 수면 중에 ‘꿈을 실제로 보여주느라’ 앞발을 휘두르거나 귀를 뒤로 젖히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준 뇌교가 손상된 고양이의 실험 등 동물이 꿈을 꾼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든 과학적 증거를 보여준다.
사실 다윈 이후 ‘동물의 꿈’이란 주제에 대해 과학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만큼 19세기부터 이를 증명하는 실험 결과는 적지 않았다. 그동안 그것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이유를 저자는 ‘인류학적 자만심’이라고 꼬집고, 역사 속 우리의 ‘실수’도 진중히 되짚는다.
“나는 꿈을 꾼다. 고로 존재한다.”
꿈, 의식과 상상력의 증표

그래서, 동물이 잠자는 동안 꿈을 꾼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사실을 말해주는 것일까. 저자는 투명한 장벽 너머에 있는 쌀알을 본 미로 안의 쥐 실험으로 그 답을 알려준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쌀알을 봤을 때와 이후 낮잠을 잘 때 쥐의 똑같은 해마 세포가 활성화된 것이다. 심지어 활성 순서까지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이 결과는 쥐가 쌀알이라는 보상으로 경험한 감정(저자는 이를 ‘정서적 의식’이라고 한다)의 환경 자체를 ‘기억’하고, 이를 꿈속에서 미래 경험으로서 적극적으로 ‘상상’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꿈을 꾸면서 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즉 꿈을 꾸는 것은 의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미가 엄니가 잘리는 모습을 본 아기코끼리와 어린 시절 어미가 ‘나쁜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 고릴라가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악몽을 꾼다는 연구 보고는 저자가 말하는 꿈과 의식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
꿈은 의식으로 가는 관문이며, 꿈을 꾸는 주체는 의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의식을 통해 주체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동물은 꿈을 꾼다. 고로 존재한다.’
“그들은 결코 ‘생각 없는 짐승’이 아니다.”
동물의 꿈에 담긴 진정한 의미

그렇다면, 우리는 의식의 존재 여부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할까. 철학자 네드 블록은 멜로디를 듣는 것, 와인을 맛보는 것, 고통을 느끼는 것 등 오직 경험하는 ‘주체’만 알 수 있는 ‘현상적 의식’을 이야기했는데, 저자는 이것이 도덕적 지위의 여부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상적 의식이 어떤 생물이 도덕적 지위를 갖고 어떤 생물이 갖지 않는지를 결정해주는 부분이라는 것. 이외에도 아리스토텔레스, 소로, 로리 그루언 등 여러 철학자, 사상가, 동물윤리학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저자는 의식의 표현인 꿈은 ‘도덕적 힘’을 품고 있으며 생물의 도덕적 지위의 기반이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동물은 ‘꿈을 꾸기 때문에’ 도덕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위엄과 존경심을 갖고 대해야 마땅한 동료 생물인 것이다.
동물이 꿈을 꾼다면, 그들은 결코 인간의 하위 버전이 아니다. 그들 나름의 관심, 포부, 동기가 있고, 현실을 형성하고 해석하는 고유의 방식, 세상을 견디고 즐기는 각자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그들을 보거나 반대로 그들의 경험에 우리를 비추기도 하는데, 옳지 않은 일이다. 동물은 우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은 각각 “생명의 주체”다. 어쩌면 새의 꿈은 보이는 게 아니라 들리는 것일 수도 있고, 개의 꿈은 시각적이 아니라 후각적일 수 있다. 동물은 우리는 알 수 없을 ‘그들다움’을 갖춘 세상의 구성원이며, 그렇기에 인간은 그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에는 2015년 《네이처》에 게재됐던 쥐의 악몽 실험이 소개된다. 쥐를 전기 충격으로 계속 고문하고 악몽을 꾸는지 살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쥐의 악몽에 관한 데이터보다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인간의 잔인함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동물이 인간과 동등한 세상의 설계자라는 사실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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